고정관념 틀에서 벗어난 기업가, 신상품으로 수익 극대화
소비자는 새로운 경험 얻게 돼
둘 다 '공짜 점심' 먹을 수 있어
[ 이상은 기자 ]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의 핵심적인 진리로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없다’고 하는데, 실제론 공짜 점심이 있습니다.”
이즈리얼 커즈너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는 9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이틀째 열린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션 발표와 오찬연설을 통해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다”며 “기업가적 영감을 통해 새롭게 어떤 가치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기업가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보는 공짜 점심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류경제학 역동적 시장 무시”
커즈너 교수는 여러 차례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기업가정신 연구의 대가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다소 불명확한 기업가정신과 그것이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정밀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MPS 서울총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대부분 경제학자지만, 커즈너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향해 “주류 미시경제학이 기업가정신을 ‘해충(pest)’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류의 시각에선 기업가적 영감이 미시경제 이론을 파괴하는 것으로 본다”며 “개인이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자원을 사용해 최대의 결과를 얻으려 하는 상황을 가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커즈너 교수는 그러나 “개인 결정의 결과는 수학적 계산에 불과하며, 주어진 희소한 수단 안에서 이미 결정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이론에 위배되는 기업가적 영감이라는 ‘불확실성’을 해충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데 집중하다 보니 기업가가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 종전에 없었던 것을 시장에 도입하는 것 등은 무시됐다는 것이다. 그는 “주류 이론도 조지프 슘페터의 이론을 통해 기업가가 주도하는 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가속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시장을 설명할 때는 기업가의 개입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편익을 보여주는 것은 자기모순적인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주류 경제학은 최적화된 자원 분배를 잘 이해하면서도 완전경쟁시장이 아닌 현실의 ‘활발한 시장’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가, 남들은 못 보는 것 발견”
커즈너 교수는 “기업가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는 사람”이라며 “이런 기업가적 시도는 순수한 이익의 기회, 곧 ‘공짜 점심’을 얻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는 상품을 기업가가 제공해서 높은 값을 받는다면, 이는 자기 자신과 소비자를 위한 공짜 점심을 만드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커즈너 교수는 “기업가적 영감이라는 말은 그저 듣기 좋은 이름이 아니라 상업적인 동기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개념”이라며 “종전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황금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사회에서 낭비됐을 자원을 활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동적·경쟁적이고 끊임없는 혁신과 파괴에 기반한 기업가 주도 시장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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