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병(病)' 고칠 노동개혁 승부수…'노조와의 전쟁' 시작하나

입력 2017-05-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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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감당 못한 기업들 폴란드·체코 등으로 떠나
청년실업률 25%에 육박

마크롱 노동개혁 핵심은 법정 근로시간 확대
막강한 노조 설득이 관건



[ 오춘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39)는 노동개혁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오히려 경제계와 노동단체들이 연일 노동개혁 문제를 들먹이고 있다.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회장은 며칠 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하루빨리 노동개혁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노조 단체들도 “마크롱의 노동개혁을 지켜볼 것”이라며 잔뜩 벼르고 있다.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마크롱 당선자는 대통령선거 기간에도 시장친화적 노동개혁만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중도 성향의 후보임을 강조하면서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크롱은 2015년 노동개혁을 핵심으로 한 경제개혁법(마크롱법) 입법을 주도한 당사자다. 이미 ‘프랑스병’에 빠져 허우적대는 프랑스를 일깨우고자 새로운 정당 이름도 ‘앙마르슈(전진)’로 정한 그다. 세계 각국이 그가 추진할 노동개혁의 방향을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마크롱은 올랑드의 ‘노동개혁’ 아이콘

2015년 마크롱 당선자를 경제장관으로 발탁한 건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이었다. 사회당 소속인 올랑드 대통령은 2008년 정권을 잡은 뒤 거꾸로 친(親)기업, 친시장 정책을 펼쳤다.

프랑스는 당시 노동 비용이 경쟁국인 유럽 각국, 특히 독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었다. 독일은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노동개혁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 비용과 높은 생산성을 이뤄냈다. 프랑스인 두 명을 고용하는 비용으로 독일인 세 명까지 채용할 수 있었다.

이웃 국가인 체코나 폴란드는 프랑스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프랑스 국적의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실업률은 계속 두 자릿수를 달렸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이 실업 상태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할 적임자로 사회당원이면서 젊은 기업인인 마크롱을 선택했다.

◆관건은 주 35시간 노동을 깨는 것

마크롱 당선자는 2014년 경제장관에 부임하면서 노동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무엇보다 주 35시간 근로제에 손을 댔다. 그는 취임하면서 누벨옵세르바퇴르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젊은이들은 일을 해야 한다. 이들은 지금 업무를 배워야 하고 그러려면 많이 일해야 한다. 이들에게 35시간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로제는 2000년 사회당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0년 이후 프랑스의 실업률을 오히려 높이고 경제성장을 갉아먹는 가장 큰 골칫거리로 변질됐다. 주 35시간 근로제가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1인당 고용 비용만 늘리면서 기업의 채용 기피와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커졌다.

그는 의회에 경제개혁안 107개를 제출했다. 사회당 정부가 신성불가침으로 떠받쳐온 법들을 개혁하자는 내용이었다. 노동개혁이 골자였다. 1906년부터 1년에 다섯 차례만 허용된 일요일 상점 영업을 열두 번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이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했으며 노사분쟁은 무조건 3개월 안에 끝내도록 했다. 법정 주 35시간 근무도 직원과 협의해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사회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지만 그는 “독점을 해체하고 누구든 노동시장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좌파적 가치”라며 노동개혁을 밀어붙였다. 정작 마크롱 당선자는 주 35시간 법정 노동시간을 개정하지 못한 채 장관직을 그만뒀다.

◆과감한 노동개혁에 나서나

마크롱 당선자는 주 35시간 근로시간 개정에 대해 분명한 의지가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프랑스 의회가 도와줄지는 의문이다.

다음달 11일 치러지는 프랑스 의회선거에서 몇 석을 얻을지가 관건이다. 마크롱 당선자의 모호한 태도에 실망해 좌파 노동조합이나 우파 기업인 모두 등 돌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크롱 당선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프랑스 노조의 정치권력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7개의 강성 노조단체가 프랑스 노동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는 이제 39세로 젊은 나이다. 노조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불만도 높아져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의 노동개혁이 성공하면 세계적인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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