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 정부 출범 앞두고…강경하던 미국, 김정은과 '대화 탐색전'

입력 2017-05-09 20:37   수정 2017-05-12 10:47

북·미, 노르웨이서 '트랙 1.5' 대화

트럼프, 대화 제의…북한 도발 자제에 '의중 떠보기'
북한 "핵보유국 인정을"…공식 대화는 쉽지 않을듯



[ 박수진/정인설 기자 ] 미국과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양측이 ‘4월 한반도 위기’를 큰 충돌 없이 넘긴 뒤 만나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접촉이 당국 간 공식 대화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북 압박 속 대화 제의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북·미 양측 대화가 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에서 시작됐으며, 내일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안다”고 9일 확인했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 미국에서는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의 수전 디마지오 국장 겸 선임연구원이 단장으로 양측 대표단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디마지오는 이란 핵(核) 전문가로 2002년부터 미국과 이란 간 관계를 개선하는 정책 개발과 제안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대화는 형식보다는 시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 전문가 간 ‘트랙 1.5’ 형식이어서 당국자 대화인 ‘트랙 1’보다 격이 떨어진다. 미 국무부는 “민간 차원의 접촉”이라며 이번 만남을 민간 대화인 ‘트랙 2’로 분류했다. 북한 측 최 국장이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장 자격으로 참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도 가능하다고 밝혔고, 미국 측 대표가 핵 전문가여서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내가 그(김정은)와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것(대화)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했다고 보도했다. △대화 조건(북한의 비핵화) △북한에 줄 선물(체제 보장) △장소(미국) △중개자(중국)까지 상세하게 나열했다.

대북특사 파견설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명의 기업인 출신 인사를 놓고 메시지에 맞는 격을 고려하며 마지막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도발 자제…대화 모드?

북한도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윤지원 평택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근 들어 인질외교를 강화하는 것은 파국으로 가려는 게 아니라 미국 측에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더라도 미국과 한국에 대화 의지를 보이는 투트랙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도 양국 간 대화를 원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방식으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며 “북·미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접근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가을 공산당 대회를 통해 안정적인 집권 2기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미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결 노력에 협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北 핵보유 인정 놓고 간극 커

그래도 아직은 북·미 대화가 쉽사리 열리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우리는 핵 억제력을 생명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누가 뭐라고 하든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인정하기는 고통스럽겠지만 우리 공화국이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인정한 기초 위에서 대조선(대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에 역제안했다.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다양한 강온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화의 전제조건이 달라 간극을 좁히지 않는 한 쉽사리 대화국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정인설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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