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원칙주의자 문재인…'통합리더십' 큰 산 넘을까

입력 2017-05-10 01:24  

당대표·경선 때는 '정면돌파형'

안철수 탈당 때도 당 혁신안 고수
'매머드급' 대선캠프 비판엔 "각계 인사 1만명 영입" 밀어붙여
몸에 밴 '경청리더십'도 강점

정권교체 이후엔 어떻게
성공적 국정운영 열쇠는 '통합'
보수세력에 손 내밀지 주목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을 전후로 사회 각계 인사를 대거 포진시킨 ‘매머드급’ 대선캠프를 꾸리며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승부수를 띄웠다. 캠프 규모와 참여인사의 인력풀(pool)에서 경쟁 후보 캠프들을 압도했다. 무차별식 인사영입엔 구설수가 뒤따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영입인사의 과거 행적과 부적절한 발언이 공격 타깃이 됐고,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식 포상인사 가능성은 비난을 자초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대규모 인사영입은 집권 후 정치세력 간 연대와 협치의 공간을 허물 수 있다는 경계감이 퍼졌다.

문 대통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사회 각계 능력 있는 인사를 최대 1만명 수준까지 영입해 통합정부를 꾸리겠다”고 밀어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당 지도급 인사의 탈당 책임론으로 불거진 ‘통합 리더십’ 논란을 ‘통합캠프’ 구성으로 정면 돌파한 것이다.

당 대표 시절 안 후보의 탈당 배수진에 맞서 당 혁신안을 고수한 것이나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삼고초려’ 끝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전권을 맡긴 것 등이 ‘정면돌파형’ 리더십의 사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원칙주의자다. “원칙을 지키는 게 가장 강한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한다. 사법고시 3차면접에서 안전기획부 직원이 “과거 학생운동을 반대하느냐”고 묻자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 것이나, 청와대 근무 시절 뒷말이 나올까 고교와 대학 동창회에 한 차례도 나가지 않은 것 등은 원칙주의자로서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고구마’란 별명도 답답해 보일 정도로 원칙을 앞세우고 신중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YS(김영삼) 정권에서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 대통령의 골수 ‘팬’으로 알려져 있다. 한 명예교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지 이유를 묻자 “문재인 씨는 역대 대통령들과 캐릭터 자체가 다르다. ‘권력의지’보다는 ‘선한의지’로 충만한 사람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봐온 측근들은 리더로서의 최고 강점으로 ‘경청’하는 습관을 꼽는다.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오면서 피고소·고발인들의 민원을 귀담아들으면서 생긴 습관이 몸에 밴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같은 ‘경청리더십’은 원칙주의자로서 문 대통령이 범하기 쉬운 ‘소통부재’의 오류를 상당 부분 상쇄시키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십은 뭘까.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항상 변한다. 과거 투쟁 시기의 리더십과 민주화 이후 시민들의 권리의식과 주권자 의식이 높아진 시기의 리더십은 다르다. 투쟁 시기에는 뭔가 돌파해내고 부딪치는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성숙한 사회가 되면 소통하고 함께 나아가는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진보적이면서 통합적인 리더로 평가받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정치적 롤모델과 달리 당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통합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대선후보를 정하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그의 통합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친노(친노무현)계의 같은 뿌리를 둔 안희정 충남지사조차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등이 모두 당을 떠났다. 그 책임이 전부 문 전 대표에게만 있다고 돌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당 대표이자 실질적인 리더로서 이 과정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안 지사와 또 한 명의 경선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당내에서도 효과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끄느냐”고 협공했다.

이 같은 ‘문재인 리더십’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의 통합리더십 부재는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문 대통령은 이제 사회대통합과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안철수 후보를 비롯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의 통합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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