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소득은 '궤멸 직전' 보수 재건

입력 2017-05-10 02:07  


역전극을 펼치겠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 직전까지 갔던 한국당에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 지지층 결집에 승부수를 걸며 '집토끼' 사수 총력전에 들어갔다. 중도로 손을 뻗기보다는 강경 보수층만이라도 확실히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그는 "종북좌파를 때려잡고, 강성귀족노조를 손보고, 전교조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연일 부르짖는가 하면 동성애 반대를 선언하는 등 선명한 보수색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선거를 '체제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탄핵 대선 국면을 벗어나 보수-진보 진영 대결로 몰고가기 위한 프레임 대결도 구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뇌물을 먹고 자살했다", "낙동강에 빠져 죽자" 등의 극단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서 정체됐던 홍 후보는 이를 통해 보수층 지지를 조금씩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4월 내내 고조된 한반도 위기 상황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선판 전체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탄핵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인 만큼 이번 대선은 박근혜정권의 심판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홍 후보의 개인 브랜드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직설적인 발언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홍카콜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돼지흥분제' 논란과 '영감탱이 장인' 등 논란을 낳는 발언이 부정적 이미지를 굳혔다.

다만 홍 후보의 득표율이 20%를 넘어서면서 보수층 규합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실은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탄핵 반대 여론이 15%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 후보의 호소에 보수층이 호응한 셈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향후 치러질 당권 경쟁 과정에서 홍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후보의 대선 패배 책임론보다는 역할론에 무게를 싣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홍 후보는 9일 저녁 당사 기자회견에서 "이번 설거결과를 수용하고 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재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물음엔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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