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적폐청산보다 국민통합 시급…최우선 경제 과제는 일자리"

입력 2017-05-10 17:31   수정 2017-05-11 05:27

풀어야 할 과제

오피니언 리더 50명 설문

문재인, 가장 역점을 둘 분야는 안보·대북>경제>정치개혁
공공 일자리 창출엔 부정적…복지 위한 증세는 찬반 팽팽
권력구조 4년 중임제 바람직



[ 주용석 / 오형주 기자 ]
‘적폐 청산보다 국민 통합이 시급하다’ ‘안보 위기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라’.

오피니언 리더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로 적폐 청산보다 국민 통합을 꼽았다.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로는 북한 핵 위협 등 외교·안보 위기 해소를 제시했다. 경제분야에선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7~9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 5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6%가 “적폐 청산보다 국민 통합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적폐 청산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불거진 보수·진보 갈등과 계층·세대별 반목을 문 대통령이 치유해달라는 주문이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간 ‘남남분열’이 심화된 데다 지금은 여소야대 정국”이라며 통합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국민 통합 없이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적폐의 범위와 대상이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아 자칫 사정정국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반면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통합을 하더라도) 문제의 원인을 먼저 찾고 해결책의 하나로 통합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촛불정신을 강조하며 적폐 청산을 공약집 맨 앞에 배치했다. 적폐 청산과 통합이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10일 취임사에선 적폐 청산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대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2017년 5월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는 안보·대북 문제(48.1%)와 경제(44.4%)가 근소한 차로 1, 2순위에 올랐다. 안보 이슈가 부각된 것은 북한의 6차 핵 실험 위협으로 한때 전쟁위기설이 퍼질 만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영향이다. 경제분야 주요 과제는 일자리 창출(29.8%), 경제 성장(26.3%), 신성장 동력 발굴(21.0%) 순이었다. 문 대통령도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창출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78%).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정부 적자만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영 제이케이파트너스앤컴퍼니 대표는 “단순히 통계상 일자리 창출은 의미가 없다”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견인할 일자리를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침체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일정 부분 시장에 직접 개입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는 찬성(48%)과 반대(52%) 의견이 팽팽했다. 세금을 올린다면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순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소폭 올리되 면세 범위를 축소해 (국민 대부분이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내는) 국민 개세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 구조는 4년 중임제(55.8%)가 분권형대통령제(외치는 대통령, 내치는 총리·30.8%) 의원내각제(7.7%)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는 4년 중임제의 장점으로 “책임 대통령제에 적합하다”는 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초까지 국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 설문에 응답해준 분들 (가나다순)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권오성 한국에이온휴잇 대표, 권희원 LIG넥스원 대표, 김광기 인제대 교수, 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김기태 GS칼텍스 부사장, 김상주 DK유아이엘 대표, 김소영 서울대 교수,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 김정렬 한성대 교수, 김종하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장, 김준영 제이케이파트너스앤컴퍼니 대표,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대표, 라제건 동아알루미늄 대표,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종철 에프티이앤이 대표, 박천신 웅진그룹 CFO, 박해룡 LS산전 상무, 신종대 북한대학원대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교수,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유지수 국민대 총장, 윤주선 한양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교수, 이만우 고려대 교수,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 이선희 박홍근홈패션 대표,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이지수 명지대 교수, 이충학 LG전자 부사장, 임석식 서울시립대 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 부원장, 조영태 서울대 교수,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조장옥 서강대 교수, 최원호 한국무역정보통신 전무, 최칠선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 부사장,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홍순기 GS사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익명 요청한 응답자 5명은 제외

주용석/오형주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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