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수지 기자 ] 베트남 주식시장이 국내 거액 자산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지면서 1980년대 대한민국처럼 가파른 경제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베트남 주식 중개 규모는 지난달 28일 2000억베트남동(약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20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베트남 상장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한 지 30영업일 만이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주식중개 서비스를 제공한 지 한 달여 만에 거래 규모가 100억원을 넘은 건 중국에 이어 베트남이 두 번째다.
국내 거액 자산가들이 베트남 증시에 주목하게 된 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베트남에 둥지를 틀면서다. 이 덕분에 산업 인프라가 크게 좋아진 데다 무역수지도 흑자전환하는 등 베트남의 경제 체질이 크게 개선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베트남은 1970~1980년대 큰 폭의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발전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베트남 증시에 대한 투자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증시에 ‘베팅’하는 고객 대다수는 거액 자산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을 통해 베트남 증시에 투자한 고객의 64.2%는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전체 자산의 평균 6.7%를 베트남 증시에 투자했다. 투자종목은 대형주 중심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베트남 1위 유제품 제조사인 ‘비나밀크’, 최대 부동산 기업인 ‘빈그룹’, 대표 종합증권사인 ‘사이공증권’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삼성증권은 고객의 관심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3월 베트남 최대 증권사 중 하나인 호찌민증권과 제휴를 맺었다. 지난달에는 프라이빗뱅커(PB) 연구단을 호찌민 현지에 파견해 유망기업 발굴 작업을 하기도 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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