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중심 정책으로 자율성 높여
군사정권 때도 규제 완화 적극적
[ 황정수 기자 ] 5공화국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시장경제 확립’을 임기 초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반(反)시장적인 규제를 풀고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박정희 정부 때부터 관행처럼 이어진 국가 개입을 줄이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시장 중심의 정책에 있었다.
군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에서만큼은 시장 우선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전 전 대통령이 1982년 2월 시행한 ‘금융자율화’가 대표적이다. 주요 정책은 한국은행 독립성 강화와 시중은행 민영화였다. 전 전 대통령은 시중은행 임원의 인사권도 은행장에게 돌려줬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수출기업 보조금 삭감, 중화학공업 기업 지원 축소, 수입 자유화 확대를 적극 추진했다. 대신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더 찍거나 금리와 세율을 내리는 임시방편은 멀리했다.
정권을 이어받은 노 전 대통령도 ‘민주화 시대 정신에 맞춘 시장경제 자율화’를 내걸고 시장 중심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정부가 관장해온 인허가제도 등 각종 규제 요인을 과감하게 축소했고 금융자율화, 공정거래제도 확산에도 힘썼다”며 “대외개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입자유화와 관세 인하, 외국의 투자자유화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에선 ‘전력요금 자율화’ 정책도 시행됐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에어컨 TV 냉장고 엘리베이터 등의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가격을 정부 입맛에 맞게 억누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김영삼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신경제 100일 계획’을 세우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자율성’ ‘일관성’ ‘투명성’이란 3대 원칙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정부 주도 성장전략엔 한계가 있었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비효율과 부정부패는 만연한 상황이었다”고 되돌아봤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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