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침해·헐값 부추겨"
[ 이지현 / 김근희 기자 ] 정부가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해 유통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기업에 제품 공급 단가 등의 가격정보 공개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들은 공급단가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항목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가격 공개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올해 안에 의료기기 유통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개별 의료기기의 공급 금액과 단가 등 가격정보를 포함하기로 했다. 의료기기 공급내역을 보고하도록 한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국회 의원의 의료기기법 개정안과 의료기기에 고유식별코드(UDI)를 달도록 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근거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식약처장은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의료기기 업체가 매달 보고해야 할 공급내역 대상 항목을 정해야 한다. 개별 의료기기에 UDI를 부착해 허가생산 유통 사용 등의 전주기 정보를 수집 관리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복지부, 심평원 등이 수집 관리 항목에 가격 정보까지 포함하기로 하면서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정부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개별 의료기기의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그는 “가격 정보가 노출되면 지금도 낮은 수준인 의료기기 가격을 더 낮추는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단체들은 공동 대응에 나설 태세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대한치과기재산업협회, 대한의료기기판매협회 등 4개 단체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시장 투명성을 위해 가격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기 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건강보험 수가 에 시장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가격정보가 공개되면 의료기기를 활용한 의료행위나 치료재료에 제값을 매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김근희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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