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우수한 PEF에 돈 맡겨 수익률 극대화하려는 전략·연기금은 여전히 소극적
이 기사는 04월25일(03: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투자금을 받으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 서바이벌 오디션을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던 공제회들이 먼저 찾아가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우수한 PEF에 돈을 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수시출자 기준 낮추고 초대장 보내고
지난해 교직원공제회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를 블라인드펀드(투자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는 펀드) 위탁운용사로 깜짝 선정했다. 경쟁입찰(뷰티 콘테스트)을 거쳐 운용사를 고르는 연기금과 공제회의 일반적인 선정방식과 다른 시도였다. 정보통신분야(ICT)와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나 중국 내수시장 관련 기업 투자에 주특기를 가진 PEF를 가려뽑은 결과였다.
교직원공제회는 이 같은 수시출자의 문을 조금씩 넓혀갈 방침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기본 선정방식으로 하되 특정 분야에 매력적인 투자를 제안하는 PEF도 언제든지 뽑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방행정공제회도 작년 하반기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형채권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해외 메자닌 PEF 운용사를 뽑으면서 문턱을 낮췄다. ‘입찰제안요청서(RFP)’ 대신 실력을 검증받은 전세계 20여곳의 PEF에 ‘입찰제안초청서(RFI)’를 보낸 것. ‘투자 받고 싶은 PEF는 제안서를 내보라’ 하던데서 '귀사에 투자를 하고 싶으니 경쟁에 참여해 달라' 초대장을 보낸 셈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전세계를 샅샅이 뒤져 정말 괜찮다 싶은 PEF들에 먼저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10여곳 이상의 글로벌 PEF들이 초대에 응했고 이 가운데 세 곳(크레센트 팔콘 골드포인트)을 뽑아 총 1억2000만달러를 출자했다.
4조원의 기금을 굴리는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수시출자로 대형 연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용규모가 작은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는 공제회이기 때문에 오디션에만 기대선 우수한 PEF를 모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1년에 3~4곳의 PEF를 수시출자 방식으로 선정해 200억원씩 지원한다. 올 초 기업구조조정과 메자닌 투자 PEF 2곳을 선정했고 하반기에도 1~2곳의 PEF에 추가로 출자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공제회 관계자는 "PEF 운용사들의 투자현황과 펀드 결성 시점을 따져 연초에 출자전략을 일찌감치 짜 둔다"고 설명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704/201704257497u_01.13768452.1.jpg)
◆차악이 아닌 최선을 뽑아라
공제회들이 몸을 낮추는 건 보다 잘하는 PEF에 돈을 대기 위해서다. 자금공급자(연기금) 중심인 경쟁입찰로는 실력있는 PEF에 그때 그때 출자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다. 공제회의 일정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했는데 유능한 운용사들은 이미 돈을 다 모은 탓에 불참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연기금 관계자는 "세곳을 뽑기로 한 경쟁입찰에 별 볼일 없는 운용사 세곳만 지원해 당첨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이 아쉬울 때는 연기금과 공제회들의 입맛대로 경쟁입찰을 진행해도 ‘투자해 달라’는 PEF가 줄을 섰다. 하지만 PEF의 ’인수합병(M&A) 실탄'인 드라이파우더(투자대기자금)가 지난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은 것은 연기금이 먼저 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연기금의 대체투자 수요는 커졌다만 자금을 쏟아부을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으니 PEF의 실탄만 쌓이는 것이다. 현재 국내 PEF의 자금소진율(투자액/출자금 약정액)은 60%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를 맡아줬으면 하는 PEF가 귀한 수요공급의 전환이 일어났다.
오디션보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연기금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외부 심사위원들이 심사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위탁운용사를 가려내는 경쟁입찰과 달리 수시 출자는 연기금 출자 담당자가 연기금의 운용방향에 맞는 PEF를 직접 뽑기 때문이다. 글로벌 PEF 대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가 위탁 PEF를 선정할 때는 거의 1년 동안 탈탈 털다시피 운용사를 실사해 한번 정한 곳에 계속 투자금을 맡긴다“며 ”경쟁입찰보다 훨씬 PEF에 대한 영향력이 큰 선정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ttp://img.hankyung.com/photo/201704/201704257497u_01.13768451.1.jpg)
이유야 어찌됐건 PEF 업계에선 공제회의 변신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시출자가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우정사업본부(우본) 산업은행 등 앵커출자자(펀드 약정액의 70%까지 대는 큰손)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나 감사원 감사의 구실이 될 소지를 없애려 투명성과 공정성에 목을 멘 결과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는 우수운용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익률 12%를 넘긴 능력있는 PEF에는 뷰티 콘테스트 없이 출자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2013년 이후 우본은 2015년 제도 도입 이후 우수운용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PEF 관계자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이 20% 가까이 나와야 가능하다“며 ”지금과 같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선 현실적으로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KIC와 산은은 뷰티 콘테스트 없는 출자제도가 없고 사학연금도 출자방식 완화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주식방 ] 신청자수 28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