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헬스케어, 혈액 대변 등의 미생물로 질병 진단...내년 서비스 출시

입력 2017-05-11 16:58   수정 2017-05-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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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풀만 먹는데 어떻게 근육질일까요. 바로 장에 있는 미생물들이 탄수화물을 단백질로 바꿔주기 때문이죠. 코끼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몸속 미생물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생합니다. 이들을 분석해야 우리 몸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난 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는 집무실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열변을 토했다. 과거의 질병은 주로 급성 전염병이 대부분이었지만 현대에는 암,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등 만성 염증질환이 많기 때문에 병이 생기는 ‘환경’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환경을 알 수 있는 열쇠로 몸 안의 미생물들이 인간 세포와의 정보교환을 위해 분비하는 나노소포를 꼽았다. 이 안에는 질병을 포함해 우리 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정보들이 담겨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MD헬스케어는 내년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혈액, 소변, 대변 등에 있는 나노소포를 분석해 건강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올 하반기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3등급 의료기기 인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지금껏 연구자나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나노소포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1만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등 9개 암에 대해 90%에 가까운 진단 정확도를 확보했다”며 “만성폐쇄성폐질환, 심근경색 등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 안의 미생물에 대해서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나노소포에 초점이 맞춰진 연구는 많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던 김 대표는 2006년 포항공대로 적을 옮기고 나서 10년 가까이 나노소포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했다. MD헬스케어는 혈액, 대소변 등의 시료에서 나노소포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체세포에서 유래된 나노소포를 활용한 체외진단 제품 시장은 있지만 미생물에서 유래된 나노소포를 활용한 체외진단 제품 시장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에서 유래한 나노소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도 장기 목표 중 하나다. 알레르기, 비만, 당뇨 등을 앓는 환자의 몸 속에서 미생물이 뿜어내는 나노소포를 분석한 뒤 원인이 되는 나노소포를 찾아내 정상 수준으로 맞춰주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나노소포 중 염증 유발과 비만, 당뇨 등과 관련성 있는 것들이 있다”며 “이것을 활용하면 항염증 체료제, 항비만 치료제, 항당뇨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 개발에도 나선다. MD헬스케어는 이달 중에 식품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세울 예정이다. 강원 홍천에 짓고 있는 공장이 9월께 완공되면 곧바로 김치와 장류 생산에 들어간다. 김 대표는 “발효식품에서 얻은 유익균들의 나노소포를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식품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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