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비염약은 왜 약국에서 사라졌을까

입력 2017-05-12 17:55  

전혜진 기자의 토요약국

코막힘 완화하는 슈도에페드린
필로폰 원료와 성분 비슷
처방전 있어야 구입 가능해져



[ 전예진 기자 ] 2013년 말 전국 약국 판매대에 진열돼 있던 코감기, 비염약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원인은 그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창원시 의창구의 한 원룸에서 감기약으로 1억원어치의 필로폰을 제조한 일당이 붙잡힌 겁니다. 화학 전공자도 아닌 이들은 제대로 된 설비와 지식도 갖추지 않고도 순도 95%의 최상급 필로폰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원룸의 연금술사’라는 웃지 못할 별명으로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습니다.

이 일로 약국들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감기약을 마약으로 바꿀 수 있다면 약국에서 판매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필로폰을 만들 수 있는 성분이 많이 들어간 약은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죠.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던 비염약이 어느 순간 사라진 이유입니다.

논란이 된 성분은 슈도에페드린입니다. 페네틸아민과 암페타민 계열 교감신경흥분제인데요. 코막힘 완화제나 각성제로 주로 사용됩니다. 이 성분 중 에페드린(C10H15NO)을 특수한 방법으로 정제하면 필로폰이라고 불리는 메스암페타민(C10H15N)이 됩니다. 화학식도 비슷하죠.

슈도에페드린은 코점막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류를 감소시켜 코막힘을 개선해줍니다. 기관지를 이완시켜주는 작용도 하는데요. 예전에는 이 성분이 120㎎ 함유된 고용량 단일 제품이 많았지만 이제는 60㎎ 이하로 들어간 일부 약만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단일제 중 삼일제약 슈다페드정은 전문의약품, 액체인 슈다페드액은 일반의약품입니다. 복합제로는 녹십자 그린노즈(사진), 한미약품 코스펜정, 코싹엘정이 있습니다. 이 중 코스펜정만 일반의약품입니다.

슈도에페드린은 마약으로 변하는 만큼 심계항진, 빈맥, 부정맥, 안면창백, 저혈압 등을 동반하는 심혈관계 흥분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약이나 삼환계 항우울약 등을 복용하는 사람은 신중하게 투여해야 합니다. 특히 고령자는 이상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고 합니다. 과량 투여 시 환각, 경련뿐만 아니라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슈도에페드린이 포함된 약을 구입해 마약을 제조하거나 매매하면 최대 무기징역,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는 점 잊지 마세요.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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