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수익성 높이지 못한다

입력 2017-05-14 18:12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앞두고 신설 부처와 기존 부처 간 업무 조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 어떻게 업무 조정이 이뤄지든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원 규모를 늘리기 전에 그동안의 지원 성과가 어땠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금융지원은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 수단이다. 중소기업은 좋은 사업 아이템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운이 좋아 돈을 빌릴 수 있더라도 대출 금액이 부족하거나 금리가 높다. 은행이나 투자자가 중소기업에 대해 잘 몰라 대출이나 투자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非)대칭성이다.

이럴 때 정부가 개입해 자금을 공급해주면 자금 부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이를 ‘정책금융’이라 부른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가 중소기업 정책금융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책금융이 중소기업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부도처리돼야 할 ‘좀비기업’의 생명만 연장시킨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는 ‘중소기업 정책금융이 왜 실패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상업은행은 고객 돈으로 대출 기업을 고른다. 꼼꼼히 대상 기업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인 정책금융기관은 그럴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정책금융기관은 지나치게 형식 요건만 따지거나 상업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를 통해 정책금융의 효과를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려 했다. 정책자금이 중소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순간으로 가격 경쟁력’만 지원하는 게 아닌지 살펴보려 했다. 예컨대 대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받은 뒤 그 혜택을 대기업 납품 단가 조정 등에 썼는지를 실증분석으로 검증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재무제표, 정책금융 지원 여부를 알 수 있는 자료, 대기업 협력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확보했다. 대기업과 협력 관계인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받은 경우와 받지 않은 경우 재무적 성과에 차이가 있는지 등을 분석했다. 또 대기업과 협력 관계가 아닌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받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재무 성과도 비교했다.

연구 결과 많은 산업에서 정책자금이 본연의 역할대로 기능하지 않은 현상이 발견됐다. 대기업 협력사가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받았을 때 중소기업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정책자금을 시설과 설비 구입 등에 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경향은 미래의 먹거리인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서비스업도 마찬가지였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많은 정책이 시행된다. 진정 중소기업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생태계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자금 집행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이 글은 지난해 12월 국제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에 발표된 ‘대기업과의 수직관계가 중소기업 정책금융의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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