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 4강과 협력외교를 펴고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리아 패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과 중국 등은 한국을 빼고 한반도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정부 출범 4일 만인 지난 14일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 밖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일 위안부합의 논란 같은 험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새 정부는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과 함께 동북아의 신 냉전구도를 다자협력체제로 바꾸는 것을 지향한다. 문 대통령 공약집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 관련 항목에 북핵 문제를 빠짐없이 언급했다. 또 6자회담을 재개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북-미, 북-일 관계가 개선되면 그것을 발판으로 다자 간 협력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담았다. 6자회담 구도 속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구상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외교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한·미 군사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유대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논쟁을 불렀던 자주 대미 외교보다 실용적 노선을 천명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드 문제로 삐걱대는 한·중관계에선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도모한다. 구체적으로 고위급 간 전략경제대화와 국방 당국 간 대화 활성화, 한반도 문제 관련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일관계에선 위안부 문제가 핵심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만큼 앞으로도 양국 간 험난한 줄다리기가 예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골자는 포용과 대화다. 대선 기간 내내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북한의 변화를 전략적으로 견인해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이 변수다. 그래서 문 대통령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의한다고 밝혀왔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북한이 핵을 동결한 뒤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결국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어떻게 북한의 변화를 도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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