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파 이념 전쟁터 된 '국회입법예고시스템'

입력 2017-05-15 19:26   수정 2017-05-16 06:37

보수·진보 진영 '좌표찍기' 난무

문준용 특검·우병우 특검 건(件) 수구적폐 등 비난글 50만개 넘어
"무의미한 댓글만 넘쳐나…진정한 여론 반영 기회 잃어"
댓글도배에 손 놓은 국회 '의견수렴 늘었다' 자화자찬



[ 성수영 기자 ] “찬성 찬성 찬성 무조건 찬성.” “반대 반대 반대.”

국회입법예고시스템이 댓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게시물에는 ‘빨갱이’ ‘수구 적폐세력’이라는 내용 없는 원색적 비방 댓글이 30만개 넘게 달렸다. 이 시스템은 법률안 심사 전에 국민에게 주요 내용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로 2012년부터 가동됐다. 하지만 피 튀기는 좌우 이념 대결만 격화시키고 말았다. 국회법에 따라 댓글이 소관 위원회에 보고되는 점이 여론몰이의 공간으로 전락한 주요 이유다. 게시물의 링크를 올려놓고 여론몰이를 요청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도 횡행하고 있다.

◆상호 비방 대결로 입법예고시스템 마비

현재 입법예고시스템의 가장 치열한 전장은 일명 ‘문준용 특검’ 법률안과 ‘우병우 특검’ 법률안이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특검을 요청하는 법안이다. 15일 오후 2시 기준 두 법률안의 댓글 수는 도합 50만개가 넘는다. 댓글의 대부분은 일부 사용자가 반복해 단 것이다. 우병우 특검 게시물은 조회수보다 댓글수가 5000여건 더 많을 정도다. 게시물에서 나가지 않고 반복해 댓글을 단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입법예고시스템 댓글 전쟁은 보수·진보 성향 사이트들의 ‘좌표 찍기’의 이면이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반대 의견이 일정 수 이상이면 법안이 폐기된다”는 허위 주장을 올려 ‘댓글 폭탄’을 유도하고 있다. 문 대통령 팬클럽인 ‘문팬’ 사이트에는 “대통령님을 지켜달라”며 문준용 특검 법률안에 반대 댓글을 달자는 글들이 지금도 올라오고 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에는 전문적으로 법률안에 반대 의견을 게시하기 위한 ‘입법예고 대책방’까지 있다. “입법예고시스템은 기존 공청회나 청문회 등의 방식보다 더 많은 이들이 법안 제·개정에 참여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라고 자화자찬한 국회운영위원회 예산보고서가 민망할 정도다.

◆중복 댓글 못 막아…생산적 의견만 묻혀

좌표 찍기는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회 관계자는 “입법예고시스템 댓글은 참고 용도일 뿐 찬반 의견을 법률안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다”며 “단순히 반대 댓글이 많다고 법률안이 폐기되는 건 아니다”고 일축했다.

댓글 전쟁이 오히려 유의미한 반대 의견을 입법에 반영할 기회를 차단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이용 입법예고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소관 위원회 전문위원은 제출된 의견 중 중요한 사항을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수십만 개의 무의미한 댓글 중 몇 안 되는 생산적인 반대 의견을 발굴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예전에는 댓글을 모두 읽으려 노력했지만 무의미한 악플이 늘면서 노력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소관 부처인 국회운영위원회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게시물을 반복해 게시하는 ‘댓글 도배’라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법조사관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댓글 도배도 막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금 시스템은 국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과 결과적으로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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