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으로 출발했지만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공
열린 클럽이 공 깎은 탓
'왼발 앞으로' 어드레스, 클럽페이스 닫히게 해줘
오른손 엄지·검지에 힘 더 줘도 효과
[ 이관우 기자 ]
‘슬라이스.’
아마추어들의 타수를 갉아먹는 최대 난적 중 하나다. 잘 맞은 듯한데도 끝내 ‘아웃 오브 바운즈(OB)’ 구역으로 들어가니, 장타를 치고도 기분이 나쁘다. ‘슬라이스만 고치면 10타를 줄일 수 있다’는 말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찬란해야 할 봄 골프를 망치는 슬라이스의 원인과 응급 처치법을 알아본다.
‘팔로만 스윙’족 고통 많아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스의 원인은 간단하다. 클럽페이스 각도와 클럽이 지나가는 궤도가 직각을 이루지 않고 열려서다. 한마디로 열린 클럽이 공을 깎는다는 얘기다. 긴긴 겨울을 견뎌내 마음이 앞서는 봄 골프는 스윙이 빨라지고 힘이 들어가기 마련.
급해지는 다운스윙이 그래서 더 문제다. 습관적으로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거나, 장타를 치려는 욕심이 앞서 몸이 좌우로 많이 슬라이딩하는 골퍼, 겨드랑이가 자주 들리는 골퍼들이 고통받는 경우가 더 많다. 모두 다운스윙에서 클럽페이스를 여는 동작들이다.
연습장에서는 멀쩡하다가 필드만 나가면 슬라이스가 나는 경우라면 심리적 요인이 크다. 평소보다 더 멀리 치려는 과욕으로 어깨가 빨리 열리고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다.
갑작스러운 슬라이스가 터져나왔을 때 치유가 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기도 한다. 오른쪽으로 휘는 슬라이스를 피하기 위해 왼쪽을 바라보려는 본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공을 점점 더 깎아 치는 탓이다. ‘차라리 빨리 라운드가 끝났으면’ 하는 짜증이 절로 난다. 조도현 프로는 “슬라이스를 피하겠다고 왼쪽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왼쪽 몸통을 여는 동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하면 공이 오른발 쪽으로 더 이동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페이드가 걸리게 돼 슬라이스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른발을 뒤로 화끈하게 빼라
해법은 클럽페이스를 임팩트 순간에 스퀘어(직각)로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스윙을 교정하기는 쉽지 않다. 실전에서는 응급처치가 더 요긴하다.
첫 번째가 오른발을 완전히 뒤로 빼는 ‘왼발 앞으로’ 어드레스다. 클럽페이스가 다운스윙 과정에서 저절로 닫히게 하는 동작이다. 왼발 뒤꿈치와 오른발 앞꿈치 사이에 클럽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빼는 게 중요하다. 실제 샷을 하기 전 연습스윙을 이 자세로 10여회 해보는 게 요령이다. 반드시 겨드랑이를 붙여야 하며,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열수록 드로 효과가 더 커진다.
두 번째가 공에 점을 찍어 그 점을 때리는 ‘점 공략’이다. 스윙궤도를 인-아웃으로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습관적으로 공을 깎아 치는 골퍼라면 효과가 더 확실해진다. 공 표면의 점을 때리기 위해 클럽헤드를 다운스윙에서 낮게 끌고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유성펜으로 공에 지름 0.5㎝ 크기의 동그란 점을 찍어 이 부분에 집중하면서 다운스윙을 하는 것이다. 점 찍은 부분을 5시 방향(얼굴 방향이 12시일 경우)으로 향하게 놓고 치는 게 요령이다.
복잡하다면 두 가지를 기억해보자. 평소와 똑같이 어드레스를 하되, 체중을 오른발에 좀 더 배분하는 것이다. 역시 다운스윙 스윙궤도가 낮아지고, 클럽페이스가 자연스럽게 닫히는 ‘롤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김의현 프로는 “가급적 체중 이동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샷을 해 페이스가 닫히는 느낌을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간단한 응급처치법은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힘을 평소보다 좀 더 주는 것이다. 최우리 프로는 “오른손이 왼손보다 강하게 작용하면서 클럽페이스가 임팩트 순간 닫힐 확률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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