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의혹' 계기로 폭발
"이념적 편향 과격행동" 지적도
[ 이상엽 기자 ] 전국의 소장 판사들이 사법 개혁을 요구하며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을 압박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과 인사권 집중 등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불만이 정권 교체와 맞물리면서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어 양 대법원장이 어떤 무마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17일)과 전주지법(22일) 판사들이 잇따라 전체회의를 연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지난 15일 회의를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과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판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지난 3월 법원행정처 간부가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행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연구회는 설문에 응답한 판사의 약 88%가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불이익을 우려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대법원 진상조사위가 지난달 18일 법원행정처의 일부 부당한 지시를 확인하고,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판사들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인사정책과 법원행정처의 과도한 개입 등에 대한 불만이 연구회 축소 지시 파문으로 촉발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대법원은 2011년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인사를 분리하는 이원화 정책을 시행했다. 기존의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가 법원의 관료화를 부추기는 데다 승진에 탈락한 고참 부장판사들이 한꺼번에 사직하는 등의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고법 부장판사 승진 사례가 다시 나오면서 이원화 정책이 후퇴 조짐을 보이자 일선 판사들 사이에 사법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법원행정처가 재판 이외에 각종 보고서를 요구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판사들 사이에 많다”고 전했다.
이념적 편향에 빠진 소장 판사들의 과격 행동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온다. 인사 등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온 양 대법원장을 공격하기 위해 일부 과격 판사들이 주도해 엉뚱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4개월 뒤인 9월이면 6년 임기를 마치는 양 대법원장의 불명예 퇴진을 밀어붙여 세를 확장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설명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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