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화한 40대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기아자동차의 스팅어가 예상보다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아우디 같은 고성능 수입차를 즐겨 타던 그가 모처럼 국산차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스팅어가 시장에 나오기 전부터 업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고 했더니 "상품 자체만 보면 기아차의 발전된 모습이 보였다. 스팅어는 가격 갖고 시비를 걸 차는 아니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가격으로 트집을 잡지. 물론 가격도 잘 나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은 가격이 비싸도 한국에서 불타나게 팔리고 있다. 스팅어도 구매력 있는 소비층을 잘만 공략하면 탈 사람들은 탄다는 얘기다.
스팅어가 오는 23일 출시 이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고 있다. '기아 K시리즈'와 차별화 한 스포츠세단이어서 소비자들이 눈여겨 보고 있다.
스팅어의 포지션은 준대형 세단 K7과 대형 세단 K9 중간이다. 그래서 'K8'이란 이름을 쓸 수 있을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K시리즈가 아닌 스팅어 이름이 잘 쓰여졌다는 평가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스팅어는 기아 상품의 전략적 변화를 시사한다"며 "K시리즈가 시선을 끄는 브랜드 흡입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해 변화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아차 입장에선 스팅어가 잘 되면 차세대 전략 상품으로 키울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별도 브랜드로 독립시키고 난 이후 일각에서는 기아차도 '세컨드 브랜드'가 나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본다.
그만큼 이번 스팅어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스팅어가 성공하면 기아차는 스팅어를 별도 브랜드로 만들어 기아의 '스포츠세단 브랜드'로 라인업을 보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제네시스가 2007년 1세대 모델이 나왔을 때 현대차는 브랜드 독립을 준비중이었다. 그런데 만일 제네시스가 첫 시작부터 시장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면, 현대차의 계획대로 2015년 말 제네시스를 별도 브랜드로 독립시키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제네시스는 현대차 지점장들이 "이제껏 이런 차를 현대차에서 만나본 적 없었다"고 했을 정도로 만족감을 줬던 승용차다.
제네시스 말고도 현대차가 내부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위한 별도 브랜드를 추진하는 게 어떨지 고민했던 점을 감안하면, 스팅어 성공여부에 따른 '스팅어 브랜드화'는 충분히 현실성 있다. 스팅어가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된다면 G70(제네시스)과 같은 체급이 낮은 '스몰 스팅어'를 기아차가 추진할 수 있다.
스팅어4, 스팅어6, 스팅어8 등이 나온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선 다양한 국산 스포츠세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기아차가 스포티한 브랜드로 방향성을 만들어 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삼성동 현대차그룹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시대 수장이 될 정의선 부회장의 리더십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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