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에서 '수사'로 확대되나
만찬 성격·우병우 관련성이 핵심…격려금 김영란법 위반여부 조사
일각선 '사후뇌물죄' 적용 주장
'빅2' 전격 사의에 검찰권 공백
총장 중도 퇴진이어 '사퇴 쓰나미'
검찰 "정치논리로 '악의 축' 몰아"…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 우려도
[ 고윤상 / 김주완 기자 ] ‘돈봉투 만찬’에 연루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중도낙마한 직후 검찰 내 요직 ‘빅2’로 불리는 이들의 동반퇴진으로 ‘검찰권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수뇌부가 해체되다시피하며 ‘공포의 쓰나미’에 휩싸인 모양새다.
◆22명 감찰반 투입…‘징계’서 ‘수사’되나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하루 만에 22명의 대규모 ‘합동 감찰반’이 출범했다. 법무부 감찰관을 총괄팀장으로 하고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가 역할을 분담한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특수활동비에서 지출된 격려금의 적절성 유무와 ‘자리’의 성격이다. 격려금과 관련해서는 제공 목적과 적절성이 핵심이다. 이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준 돈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인지도 검토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사후뇌물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뇌물죄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선배 검사가 후배 검사를 챙겨주는 식의 관행을 두고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라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범케이스 성격인 만큼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뇌물죄의 꼬투리가 나올 개연성도 남아 있다.
또 다른 핵심은 그날 ‘자리’의 성격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와의 관련성이다. 안 국장이 우 전 수석과 통화를 자주 했고, 이 지검장이 우 전 수석 수사를 총괄한 만큼 전후사정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청와대도 격려금 자체보다 우 전 수석과의 관련성에 더 무게를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감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정치권에서 우병우 특검을 들고 나올 수 있어 검찰로서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래도 저래도 ‘악의 축’ 몰려” 불만도
검찰 내부에선 청와대가 ‘힘의 논리’로 ‘검사 솎아내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다. 청와대가 두 사람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지 않은 점이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규정상 감찰 중에는 사의 수리가 안 된다”는 발언은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끝내지 않겠다는 청와대 의지와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감찰 이후 상황도 극히 유동적이다. 감찰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경우 ‘자정능력이 없다’며 오히려 우병우 특검이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이래도 저래도 검찰이 ‘악의 축’으로 몰리는 구도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최순실 사태를 수사해 사실상 정권 교체에 기여했는데 결국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한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권 필요에 따라 조직을 주무를 경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쟁점은 특수활동비의 성격과 지출 관행에 대한 이견이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도 종종 논란이 됐다. 매번 법무부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창재 법무부 장관 대행(당시 법무부 차관)은 국회 심사에서 “허투루 쓰는 돈은 아니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편성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점검하고 감찰도 강화해서 용도 외로 사용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고윤상/김주완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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