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세계 4대 마라톤대회 가운데 하나인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5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참가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1967년 여대생 캐서린 스위처는 대회에 참가했다가 감독관에게 배번을 뜯기는 봉변을 당했다. 요즘은 해마다 스포츠 브랜드나 관공서가 여성 마라톤대회를 열고 수천 명이 참가한다.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달리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는 여전히 묘한 억압과 편견이 남아 있다. 온라인 문학비평 저널 ‘시드니 리뷰 오브 북스’ 편집장인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가 이런 문제를《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에서 들여다봤다. 그는 2008년 처음 하프 마라톤에 도전한 이후 풀코스 마라톤은 다섯 차례, 하프 마라톤은 수십 차례 참가한 ‘마라톤광’이다. 그의 마라톤 경험은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핑크색 티셔츠를 입어야만 참가자로 받아주는 여성 마라톤 대회, 핑크색 조명으로 요란한 이벤트 부스, “달리는 여러분은 모두 아름답고 섹시합니다” 등의 말을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는 사회자에게 그는 불편함을 느낀다. 책이나 그림, 영화 등 문화 전반이 여성의 달리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은 경우 왜곡돼 있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10㎞나 20㎞, 40㎞를 달리겠다는 결심은 여성의 몸이 각자의 것이고 얼마나 멀리 달릴지, 누구와 잠자리를 할지, 무엇을 먹을지, 임신 중절을 할지 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에게 마라톤이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주도권을 쥐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종착지는 변화와 탈출, 그리고 회복”이라고 말한다. (정미화 옮김, 북라이프, 344쪽, 1만5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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