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심야에 강변 달리는 한국인, 영국에선 꿈도 못 꿔요"

입력 2017-05-18 20:31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 칼럼니스트 팀 알퍼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심성미 기자 ] 서양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보는 시각은 대개 낡은 선입견으로 얼룩져 있다. 개성을 중시하지않는 집단주의, ‘빨리빨리’ 문화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반면 한국을 너무나 좋아하는 서양인도 없지는 않다. 2006년 ‘1년만 살아보자’며 한국에 왔다가 11년째 눌러살고 있는 영국인 칼럼니스트 팀 알퍼도 그런 사람이다.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21세기북스)는 그가 한국에서 살아오며 느꼈던 다양한 경험을 담은 ‘한국 문화 답사기’다. 한국에 오기 전 프랑스와 스페인, 우크라이나 등 여러 국가에서 살아봤는데도 ‘제2의 고향’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대뜸 “한국에서 사는 게 제일 편하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늦은 밤에 한강변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면 운동하러 나온 사람이 정말 많아요. 영국에선 절대 그렇게 못해요. 마약 사건,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해서 불안하거든요. 한국은 치안이 정말 좋은 나라예요.”

특유의 냄새 탓에 일부 한국인도 꺼리는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단다. “청국장이나 김치 같은 발효음식이 특히 맛있더라고요. 전라도 젓갈류도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엔 적지 않은 ‘컬쳐 쇼크’를 느꼈다고 한다. “밤 11~12시까지 일하는 야근문화나 오전 6시30분이면 문을 여는 어학원을 보고 깜짝 놀랐죠. 처음 본 택시 기사님이 스스럼없이 ‘얼마짜리 전세에 사느냐’고 물어볼 때도 움찔했습니다. 하하.”

충격도 잠시, 그는 이해를 넘어 한국 문화를 온몸으로 체득한 것 같다. 알퍼씨는 겨울이면 목욕탕에 간다. “목욕탕이 없는 고향 영국에서는 누려보지 못한 즐거움이죠. 아이들의 때를 밀어주던 아버지들이 시간이 흐르면 같은 목욕탕에서 다 큰 아들에게 몸을 맡기고 때를 밀잖아요. 이런 풍경이야말로 한국 목욕탕에 숨겨진 ‘황금’ 같은 모습입니다.”

‘빨리빨리 문화’에도 완벽히 적응했다. “‘빨리빨리’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그 말 때문에 내가 이뤄낸 성과에 놀랄 때도 많았어요.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죠. 이젠 저도 음식점에서 음식이 조금만 늦게 나와도 ‘왜 안 나오죠?’라고 소리치고 싶어져요.”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정작 한국인 사이에서는 ‘한국에서의 삶’을 자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영국은 한국보다 불황이 훨씬 심해요. 자영업하기 정말 쉽지 않고요. 미국도 정치 문제가 늘 국민을 괴롭히죠. 한국은 미세먼지만 없으면 아주 살기 좋은 나라예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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