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8.5% 폭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보베스파 지수는 장 초반 10% 넘게 폭락하면서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CB)까지 발동됐다.
이날 증시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정치인의 입을 막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탄핵가능성이 제기되자 곧바로 추락했다. 부패 스캔들와 회계부정으로 지난해 탄핵당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에 이어 테메르 대통령마저 탄핵될 경우 정치불안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투매심리를 자극했다.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 주가가 15.4%, 브라질 대표은행인 방코 브라데스코 주가도 13.4% 폭락하면서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외환시장에서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서 미 달러대비 헤알화가치는 7.87% 폭락하며 달러당 3.386헤알까지 밀렸다. 지난해 12월이후 6개월만에 최저치다.
외신들은 시위대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자 금융시장이 순식간에 붕괴 위기에 몰렸다고 전했다. 브라질 증시는 테메르 대통령이 재정적자 감소와 경기진작책을 내놓으면서 올들어 랠리를 펼쳐 왔다.
브라질 언론은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의 배후인물인 에두아르두 쿤하 전 하원의장에게 테메르 대통령이 금품을 지급하도록 했다는 비밀 기록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외신은 테메르 대통령이 사퇴가능성을 일축하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증시 폭락으로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쉐어 MSCI 브라질 캡트 ETF’의 주가도 인라 16.3% 폭락했다. 이 역시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신흥국 증시의 글로벌 지수로 통하는 ‘아이쉐어 MSCI 신흥시장 ETF’ 주가도 1.66% 하락했다. 브라질은 이 지수의 7.43%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27.05%)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이날 아르헨티나 증시도 2.95% 하락하면서 연쇄적인 충격을 받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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