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빵집의 진출이 늘고 있는 것은 제과점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으로 대형 베이커리의 사업 확장이 막혀 있는 틈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제과점 사업은 2013년부터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은 직전연도 점포 수의 2% 내에서만 출점할 수 있다. 또 기존 중소 제과점에서 도보 500m 이내는 아예 출점을 못 한다. 파리바게뜨의 신규 출점 점포 수가 적합업종 지정 이전의 10분의 1로 줄어든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무역마찰에 대한 우려로 외국계 기업에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이 떠난 중기적합업종에 외국계만 활개를 치는 역차별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빵집뿐만이 아니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공공기관 급식업체 입찰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결과 세종청사 식당 운영을 글로벌 대기업 아라코가 맡은 것도 마찬가지다.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왔다.
두부의 경우 적합업종 지정이 대기업은 물론 관련 중소기업과 콩 생산 농가에까지 피해를 줬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두부시장 성장세를 막았다는 보고서를 낼 정도였다. 과연 누굴 위한 적합업종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 사항인 적합업종 제도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초비상이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아름다운 명분에 취해 기업 생태계를 왜곡하는 실상에 눈감은 건 아닌지, 면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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