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후보자
판잣집 소년가장으로 상고 진학…은행원 돼 주경야독 '고시 2관왕'
문 대통령 "거시 통찰력과 추진력, 위기관리 능력 뛰어난 관료"
[ 이상열/오형주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21일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정통 ‘예산 관료’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끝으로 관료를 접었지만 아이디어가 많고,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잣집 아들로 태어나 고졸 출신의 첫 부총리까지 오른 ‘스토리’도 갖췄다.
문 대통령이 초대 부총리로 김 후보자를 최종 낙점한 것은 이런 점을 고려한 인사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선 배경으로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과 조정능력, 위기관리 능력, 과감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 두 가지를 꼽았다. 세종시 관가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해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노무현 정부 ‘비전 2030’ 실무 주역
김 후보자는 ‘고졸 신화’를 써내려간 입지전적 인물로 유명하다. 11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 정도로 가세가 어려워지자 덕수상고에 입학했다. 덕수상고 재학 시절인 17세에 가족을 부양하고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8년간 야간대인 국제대(현 서경대)에 다니며 대학 졸업장을 따낸 그는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3월 경제기획원(EPB)에 들어갔다.
경제부처엔 명문고와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이 수두룩했지만 차관 시절에도 새벽 2~3시까지 일할 정도의 치열함과 철저함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무조정실장 시절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고도 당일 오후 출근해 업무를 본 일화는 유명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한국의 중장기적 목표와 전략을 담은 ‘비전 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하는 등 참여정부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적극적 재정역할 강조
김 후보자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예산통이다. 이명박 정부가 옛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현재의 기재부로 통합한 이후 첫 예산통 출신 경제수장이다. 하지만 그는 사무관 시절부터 실·국장 때까지 경제기획·재정·금융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그만큼 경제 전반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것이 강점이란 평이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무조정실장을 맡은 경력을 살려 부처 간 역할 조정에도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와 같이 일해본 후배 공무원들은 “김 후보자는 평소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고 했다. 무분별한 포퓰리즘적 복지 확대에 찬성하지 않지만 무조건적으로 재정건전성만 강조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한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라면 복지도 선제적으로 늘려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경제 철학을 보유한 그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를 정권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저금리, 저물가에서는 통화보다 재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정이 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예산 집행 주력할 듯
예산 업무에 누구보다 밝은 김 후보자는 한정된 국가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J노믹스 구현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국가 예산 전체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5년간 문 대통령 공약을 실현할 178조원의 추가 재원 마련이란 난제도 떠맡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공공 일자리 중심 추경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야당을 만족시킬 수 있는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 승인까지 받아내야 한다.
■ 김동연 후보자는
△1957년 충북 음성 출생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기획예산처 재정협력과장 △세계은행(IBRD) 선임정책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이상열/오형주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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