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배제될 사람이…" 발끈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의 차기 당권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지 불과 2주 만에 다음 당대표 자리를 놓고 해묵은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친박은 제발 나서지 말라. 친박이 배제된 지도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달라”며 “최근 준동하는 일부 친박은 적어도 20대 국회에선 조용히 있어야 옳다”고 말했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를 견제해야 할 제1 야당 원내지도부의 역할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말해 사실상 당대표직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한국당 대선후보(사진)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계를 “한국 보수세력을 망가지게 한 세력들”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들이 또다시 준동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며 “몇 안 되는 친박이 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후보는 차기 당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최근 당 개혁 의지를 강하게 밝힌 데다 정 권한대행이 불출마할 경우 차기 당대표감으로 가장 유력하게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와 홍 전 후보의 이 같은 파상 공세에 친박계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차기 지도부에서 친박이 배제돼야 한다면 가장 먼저 배제돼야 할 사람이 정 권한대행”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대선 패배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원내대표직을 계속하고 싶다면 의원 투표로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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