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인프라 건설 등 투자
GE·블랙스톤 등 美 기업도 협력
오바마 정부와 냉랭했던 관계회복
'러시아 스캔들' 국면전환 노림수도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0일(현지시간) 총 3800억달러(약 427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약에 서명했다. 미국은 사우디에 첨단무기를 수출하고, 사우디는 미국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시장에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상호 이익이 되는 계약을 통해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한다는 의미로, 중동정세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여 명의 기업인을 대동하고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첫 기착지인 사우디에서 이 같은 수출 및 투자유치 계약을 맺었다. 아델 알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총 투자 가치는 3800억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계약은 미국의 무기 수출로 1100억달러(약 124조원)에 이른다. 사우디의 국경 보안과 해양 안보, 공군 현대화, 미사일 방어체계 개선, 사이버 안보 및 통신 개선 등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등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제너럴일렉트릭(GE), 슐룸베르거, 핼리버튼 등 11개 미국 회사와 총 50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르는 투자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도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400억달러(약 45조원) 규모의 미국 인프라 투자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PIF가 2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나머지 200억달러는 사우디 내 다른 투자자에게 출자받을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계약을 미국의 무기 판매, 사우디의 미국 인프라 투자를 매개로 한 동반자 관계 회복으로 해석했다. 가디언은 사우디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거래를 ‘중동질서의 리셋(재조정)’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이 사우디를 첫 방문국으로 삼은 것은 사우디를 앞세워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란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스캔들’로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로 평화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갖추고 국면 전환을 노린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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