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
세계은행에서 발 행한 보고서에는 완전 불평 등을 100으로 봤을 때 1990 년 69.7이던 지니 계수가 2013 년 62.5로 현저히 떨어졌다 고 분석했다.
■ 체크포인트
양극화가 과연 확대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디턴 교수가 말한 ‘위대한 탈출 ’의 의미도 생각해보자.
하루 소득 1.9달러 미만이면 절대빈곤층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어느 범위 안에서 양극화는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2030년 절대 빈곤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은행은 ‘빈곤과 공동 번영 2016, 불평등 극복(Poverty and Shared Economy 2016, Taking on inequality)’을 발간했다. 우선 전 세계에 못 사는 사람이 늘었는가를 보려면 절대빈곤층의 숫자를 보면 된다. 세계은행의 보고서는 하루 1.9달러 미만의 소득을 갖는 사람들을 절대 빈곤층으로 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지구촌에서 절대 빈곤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절대 빈곤층은 1990년엔 18억5000만 명이나 됐지만 2014년에는 7억6700만 명으로 무려 11억 명이나 극빈층에서 탈피했다고 발표됐다. 2012년 8억81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억1400만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더구나 전 세계 인구에서 절대 빈곤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1990년에는 35%였지만 2013년에는 10.7%로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
지니계수는 매년 좋아진다
이 보고서에서는 소득의 양극화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소득의 양극화를 볼 때 보통 대표적으로 지니(Gini) 계수를 확인한다. 지니 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지니 계수의 값은 ‘0’(완전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 불평등)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세계은행에서 발행한 보고서에는 완전 불평등을 100으로 봤을 때 1990년 69.7이던 지니 계수가 2013년 62.5로 현저히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마저도 지니 계수는 66.8로 1990년보다 불평등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때 이후 지니 계수는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양극화가 개선된 이유에 대해 보고서에서는 1990년대 이후 중국, 인도 같은 저개발국가에서 소득이 증가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국제무역을 통해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지면서 전 세계의 양극화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사 대상 81개국 중 절반이 넘는 41개국에서 이 기간 동안 양극화 개선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브라질 베트남 파키스탄 등에서 양극화가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2008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해온 국가다. 보고서는 베트남의 지니 계수가 5.1%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베트남은 대외 개방 노력에 힘쓰는 나라다. 세계은행은 자유무역이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양극화와 개별 국가의 양극화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패·정치불안·복지 많으면 양극화 커져
다만 앞서 얘기했듯 어느 범위 안에서는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그것은 개별 국가들의 사정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각 나라의 정치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가 부패할수록 양극화는 심화된다. 뿐만 아니라 복지와도 관계 있다. 복지 혜택이 늘어날수록 빈곤계층이 증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빈곤층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일부분이다.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빈곤과 양극화는 줄어들고 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많은 나라들이 빈곤과 궁핍, 비위생 상태의 열악한 삶에서의 탈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이라고 명했다. 세계은행도 경제적 성장과 자유무역이 번영하는 지구촌으로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2030년에는 빈곤층이 3%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늘 얘기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처럼 점점 나빠져 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지구를 관장하는 신이라면 양극화가 점차 사라져가는 지구를 보고 흡족해 할지도 모른다.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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