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크라이(WannaCry)’라는 악성코드가 최근 세계 컴퓨터 이용자를 긴장시켰다. 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의 주인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해커가 컴퓨터에 들어 있는 주요 자료와 정보에 암호를 걸어 열어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해커는 암호를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 인질의 몸값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악성코드는 ‘랜섬웨어(Ransomware)’로 불린다. 해커의 요구액은 300~6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다. 각국 정보당국이 추적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돈을 받고도 암호를 풀어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 12일 처음 발견된 워너크라이는 영국, 러시아, 한국 등 세계 150개 국에서 수천 건의 피해를 입혔다. 영국 닛산 자동차 공장,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 인도네시아 국립암센터, CJ CGV 등이 피해 사례로 신고됐다. 피해를 입고도 이미지 추락 때문에 쉬쉬하는 개인과 기업, 정부 조직이 많아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컴퓨터 해킹 사건은 ‘사이버 기술의 세계화와 한계, 윤리’라는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자연과 인류 문명에는 늘 명암이 존재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세균은 생명체를 죽이기도 하지만 생명체는 세균의 도전에 응전함으로써 진화를 꾀하기도 한다. 기술 진화로 세계 문명의 흐름이 1800년대보다 100배나 빨라졌다. 정보는 빛의 속도로 오간다. 이런 높은 유동성 못지않게 많은 병원균과 전염병도 이동한다.
컴퓨터도 예외는 아니다. 컴퓨터는 빛의 속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전달해주고 일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바이러스, 악성코드, 해킹을 그만큼 빠른 속도로 퍼뜨리기도 한다. IoT(사물 인터넷) 사회로 진전할수록 해킹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해킹기법도 갈수록 정교해져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있다. 사생활 침해, 무차별적 정보 탈취, 사이버 전쟁은 과학과 윤리의 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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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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