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4대강 정책결정·집행 들여다 볼 것"…MB 겨냥한 '보복감사' 논란

입력 2017-05-22 17:46   수정 2017-05-23 05:08

4대강 사업 정책감사

감사원 주체…문재인 정부 첫 정책감사 착수

청와대 "전 정권 색깔 지우기 아니다" 표적감사 부인
불법 드러나면 상응 조치…수사 가능성 비쳐
"MB정부서 3회 중 2회 감사…믿기 어려워"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이명박(MB) 정부의 국책사업 중 하나인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를 넘어 그 이전 보수정권의 핵심 사업을 감사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정치 보복’ 논란 등 적잖은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첫 정책감사…MB 정조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4대강 감사는 개인의 위법·탈법행위를 적발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의 교훈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다만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나면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감사 결과는 백서로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감사원이 주체가 되는 이번 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정책감사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4대강 사업이 정상적 행정이 아니고 성급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해온 만큼 MB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도마에 오를 공산이 크다. 감사 결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추진한 MB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4대강 사업 과정을 감사하다 보면 공사 발주와 입찰 비리 의혹 조사 등 민간영역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 4대강 감사는 세 차례 이뤄졌다. MB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 정부에서 한 차례다. 청와대는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감사는 미진했다는 판단이다. 김 수석은 “두 차례 감사는 이명박 정부 때 이뤄져 국민이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한다. 박근혜 정부 때 감사도 건설업체들의 담합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청와대 ‘표적감사’ 강력 부인

청와대는 MB정부를 향한 ‘표적 감사’ 논란을 강력 부인했다. 김 수석은 이와 관련, “전 정부 색깔 지우기란 시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정부가 왜 이렇게 성급하게, 거친 표현으로 ‘졸속’으로 국책사업을 시행했나 확인해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개인 비리를 특정하거나 파악하는 데 목적을 둔 감사가 아님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번 감사 배경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정부 운영원리의 문제”라며 “이것을 정치적 논란의 장으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대선에서 대부분 후보가 4대강 보(洑)의 개선을 공통 공약으로 제시해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개 정당의 대선후보는 4대강 보의 개방 필요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민간합동 조사단 전문가 위주로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수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4대강 16개 대형 보를 상시 개방해 종합평가를 하는 재자연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민관 공동특별조사위원회를 설립해 실태를 파악하고, 보 해체를 포함해 재자연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도 정책감사를 지시하면서 “이는 정부 운영, 원리원칙에 대한 재정립과 확인 차원”이란 취지로 언급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고위공직자의 비위행위가 적발되면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엔 “대부분 징계시효가 지난 게 많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 구성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고 그야말로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라며 “조사도 어떻게 녹조를 줄이고 수량 확보를 차질없이 할 수 있을까 등 과학적 평가를 위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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