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민간채널 복원 시기' 논란
남북 경색국면 돌파 의지
김정은 정권에 '당근' 제시해 9년 넘게 단절된 대화 시동
정의용 안보실장, 국회 방문 "남북핫라인 빨리 재개해야"
5·24조치 해제 수순 밟나
과거 '대화→도발' 악순환 속 핵·미사일 등 위협은 여전
전문가 "북한 근본적 변화없인 제재 푸는 것은 시기상조"
[ 이미아 기자 ]
통일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튿날인 22일 북측에 유화책을 내민 건 김정은 정권에 민간 교류 복원이란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지난 9년간 이어진 남북 경색 분위기를 끊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적 지원을 하려는 민간단체들의 대북 접촉에 대해선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해 조만간 민간 교류를 승인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으로 대북지원 및 사회문화 교류 단체 10여 곳이 통일부에 대북 접촉을 신청했다.
민간 교류 기대 커져
이 대변인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북핵과 미사일 발사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지만 10년 가까이 남북이 서로 연락 채널 부재 상태를 이어왔기 때문에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비롯한 군 통신선 복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 비정치적 사안에만 국한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통일부의 움직임은 청와대 기류와 맥을 같이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여러 여건상 현 단계에서 본격적인 남북대화를 바로 재개할 순 없지만 연락통신망이나 판문점 핫라인 같은 것은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문제에 대해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제재하는 쪽으로 공조하기 때문에 그런 국제사회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의 전날 미사일 발사와 관련, “기본적으로 도발에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의 태도 변화가 2010년 천안함 피격 후 발표된 남북 교류 중단 선언인 ‘5·24 조치’를 해제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포츠나 문화협력을 시작으로 경제교류나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던 과거 사례를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고, 1998년 금강산 관광 사업이 시작됐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6·15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됐다. 이어 2003년 개성공단이 착공됐다.
다음달 24~30일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여는 ‘2017 WTF 세계태권도대회’에 북한 국제태권도연맹(ITF) 임원과 시범단원 3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방한은 2007년 4월 이후 10년 만이다.
“북한 근본적 변화부터 끌어내야”
대다수 대북정책 전문가는 5·24 조치 해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실제 남북교류를 실현하려면 북한이 조금이라도 변화한 태도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대외부총장은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선 판문점 연락사무소 직통전화부터 되살려야 한다”며 “북핵과 미사일 문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과 스포츠 교류 등 사회문화 부문은 별개로 처리해야 하는데 현재 이게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지금까지 남북 민간 교류를 보면 우리 쪽에서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가 시간이 지나 북한의 도발로 흐지부지되는 양상이 반복돼왔다”며 “통일부가 새 정부의 통일 정책 기조에 맞춰 발빠르게 미리 대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도 “5·24 조치를 해제하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며 당분간은 남북한 민족 정체성 유지를 위한 비정규적 교류가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며 “우리 군 장병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계기로 나온 조치인 만큼 이를 뒤집을 만한 북측의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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