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복귀' 장하나 "세계 1위보다 소중한 건 가족…그랜드슬램 목표"

입력 2017-05-23 14:53   수정 2017-05-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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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25·BC카드)에게 세계 1위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었다.

장하나는 23일 서울 광화문 타워8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무대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장하나는 데뷔 첫 해에는 준우승 3번, 그리고 2016년에 3승, 올 시즌에도 우승을 챙기며 총 4승을 거뒀다.

LPGA에서 통산 4승을 챙기며 꾸준한 성적을 내던 장하나는 돌연 LPGA 멤버십을 반납하고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했다.

장하나는 자필로 작성한 회견문을 통해 "미국무대에서 4번이나 우승했지만 반대로 마음 한편이 허전해짐을 느꼈다.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고, 아버지, 어머니, 친구들, 팬들이 떠올랐다"며 "이제는 부모님을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보다 더 즐거운 골프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 장하나 복귀 회견문

골프를 시작한 지 올해로 17년 됐다. 아마추어 활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프로 8년이 됐다. 영광의 순간도 누렸고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신 덕에 잘 견뎠고, 3년차 LPGA 생활에 힘든적이 없었다. 4번의 우승을 했지만 마음 한켠에 허전함도 있었다.

우승한 뒤, 그리고 연습한 뒤 방에 들어가면 공허함과 허전함이 느껴졌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문득 든 생각이 너무 내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하다보니 앞, 뒤, 좌우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게 가족 친구 한국 팬분들이었다.

저는 세계 1위가 유일한 목표고 그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한 아버지, 이제는 어린 아이들이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연세가 지긋하시다. 또 저한테 좋은 거 먹이려고 먼길 다니시는 엄마도 보고 싶었다. 뻔히 힘든 게 보이는 데도 저 힘들까봐 말도 하지 못하시고, 너가 골프하면 그게 엄마 행복이다 하는 말씀을 들었다.

한국에 오면서 생각한 게 높은 순위도 좋지만 이제 중견 프로가 된 만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함이 더 소중한 것 같다. 더 좋은 골프 인생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결정을 내렸다. 제가 받은 사랑을 다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면서 도와주는 기쁨도 가지고 싶다.

많은 분들이 부상이나 부진이 아닌데 왜 복귀하느냐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을 하기까지 수천번 수만번 스스로 질문했다.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제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LPGA에서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그들과 함께 했던 기억은 정말 행복하게 남을 것이다.

◇ 장하나와의 일문일답

-처음 복귀를 생각한 것이 언제인가.

작년 아시안투어를 뛸 때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머니가 작년 말에 힘들어하시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셨다. 딸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성적이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라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을 해봤다. 여기서 순위가 1위가 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2~3년이 지나면 최소한 30살이 될 것 같았다. 그때는 저도 완벽한 어른이 돼서 제 생활을 해야할 시기인데, 그러다보면 결혼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골프 선수로서 목표를 잃은 것인가.

아직 목표는 뚜렷하다. 어렸을 때의 목표는 오로지 골프였고, 20대 중반이 되면서 더 확실해졌기 때문에 이런 고민도 하게 된 것이다. 골프에만 집중해야 잘 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 또한 중요한 팩트다. 그런데 골프만 하다보면 제 스스로가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이다. 주변의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LPGA에 복귀할 생각이 있나.

운동 선수로서 저는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한다. 이 결정이 맞는지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다. 다시 간다는 결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쪽에서도 굉장히 의아해한다. 2019년까지 시드가 있는데 그만두는 것이다. 골프도 중요하고 가족도 중요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짐가방 사건 이후로 힘들어했는데 영향이 있었는지.

그 질문을 많이 들었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작년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마음고생을 했지만 이미 털었다. 전인지 선수와 같은 조로 경기를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골프보다는 소중한 것을 찾았기 때문에 들어온 것이다.

-미국 무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처음 1년은 고생한다고 말을 한다. 그것을 참아내고 이겨낸다면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큰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좀 더 국위선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골프를 치기에 힘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한국과 다르게 비행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솔직히 골프를 칠 때는 골프에만 집중을 해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승을 하고 너무나 많은 축하를 받아도 방에 들어가는 순간 공허함과 허전함은 크게 다가왔다. 그런 느낌이 너무 컸다. 골프를 칠 때는 같이 경기를 뛰는 선수도 있고 아버지도 있었다. 큰 허전함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방에 들어와서 생각이 많이 들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골프를 치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건강 상태는 어떤가.

건강은 이상하리 만큼 좋다. 국내 돌아와서 새로운 생각들만 정리한다면 좋을 것 같다.

-올 시즌 목표와 각오.

한국에 오면 거의 '톱10'에 들어서 좋았다. 그런 기대감들이 부담과 설렘이 되기도 한다. 열심히 해서 어릴 때의 마음으로 공을 치면 새로운 장하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한국 메이저대회가 4개였는데 이제 5개가 됐다. 메이저를 욕심을 안 낼 수 없다. 저도 KLPGA투어에서 8승했지만 메이저 우승이 2승밖에 없기 때문에 꼭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

KLPGA투어 통산 8승을 기록 중인 장하나는 다음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S-OIL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내무대에 나설 예정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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