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자동차보험 첫 흑자

입력 2017-05-23 19:51   수정 2017-05-24 05:03

손보사 1분기 959억 영업익

가격 자율화·특약 확산 영향 올해 연간 흑자 '청신호'

손해율 78%까지 떨어져…일부선 보험료 인하 목소리
업계는 "시기상조" 주장



[ 박신영 기자 ]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지난 1분기 1000억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실적은 좋아졌지만 택시기사, 화물차 운전자 등 영세 서민의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는 인색하다는 평이 나온다.


반면 손보사들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다. 손보사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장기간 올리지 못하면서 자동차보험에서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성 좋아지는 자동차보험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보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0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33%) 가까이 늘었다. 손보사들의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자동차보험이 이끌었다. 손보사들은 1분기 자동차보험에서 959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이 같은 실적이 유지되면 17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보험에서 연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자동차보험 실적이 좋아진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금융당국이 2015년 보험 가격 자율화를 골자로 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꾸준히 인상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는 2014년 대당 59만9000원에서 2016년 68만4000원까지 올랐다. 최근 폭설이나 혹한이 없어 보험사들이 차량 손해에 따라 내줘야 하는 보험금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손보사들은 교통법규 위반과 보험사기에 따른 처벌이 강화된 점도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마일리지 특약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보탬이 됐다. 보험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특약 가입으로 운전 거리가 짧아질수록 사고 가능성도 떨어진다”며 “덕분에 보험사가 내줘야 하는 보험금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보험료 내리기엔 수익성 나빠”

자동차보험 실적이 개선되자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구입한 운전자는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인 만큼 보험사들이 손쉽게 영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보사 중 삼성화재가 지난해 12월31일 개인보험료를 2.7% 인하한 뒤 메리츠화재와 악사손해보험, 더케이손보 등 세 곳만이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다른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여전히 나쁘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최근 3~4년간 계속 90% 가까이 되다가 1분기에 겨우 78% 수준으로 내려갔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로 설계사 수수료 등 각종 비용 등을 감안하면 78% 수준이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져 있다. 78% 이상이면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품인 것이다.

대다수 손해보험사 관계자들은 “2000년대 들어 자동차보험이 연간 기준으로 첫 흑자가 기대되는 정도”라며 “흑자가 정착되는지 다시 적자로 돌아설지 등을 봐가며 자동차보험료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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