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세 멈추고 정치적 불안정 악영향
증권사들 추천 사라져
[ 김우섭 기자 ] 작년 한 해 동안 5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냈던 ‘러브펀드(러시아와 브라질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가 올해엔 나란히 수익률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해외펀드는 러시아와 브라질펀드밖에 없다. 연초 러브펀드를 추천 1순위 상품에 올려 놓았던 증권사들도 슬그머니 추천 목록에서 빼는 분위기다.
◆1위에서 꼴찌로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8개 브라질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85%(지난 22일 기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2.93%)보다 17.78%포인트 낮다. 브라질펀드는 지난해 평균 56.38%의 수익률을 올리며 해외펀드 가운데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최하위로 떨어졌다. 특히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이 보도된 지난 19일 하루 동안 펀드 수익률(수익률 반영은 지난 22일)이 15.07% 하락했다. 브라질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8.8%)와 헤알화 가치가 동반 급락한 탓이다. 브라질펀드는 헤알화 변동에 대한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떨어진다.
지난해 48.09%의 수익률을 올렸던 러시아펀드도 부진하다. 9개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3.78%에 그쳤다. 증권사들은 브라질과 러시아펀드를 추천 상품 목록에서 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 ‘투자 유망 국가 1~3위’를 문의한 결과 삼성증권(러시아펀드 3순위)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들이 브라질과 러시아를 투자 추천 국가에서 제외했다.
◆정치 이슈에 타격
브라질과 러시아펀드가 부진한 이유는 원유 등 원자재값 상승세가 멈춘 탓이다. 지난해에는 배럴당 20달러 중반대에 머물렀던 국제 유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주요 기업 실적이 좋아졌다. 러시아는 에너지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전체 주식시장의 40%를 넘는다. 브라질 역시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세 속에 국내총생산(GDP)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물가상승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거시경제 여건도 나아졌다.
하지만 올해엔 상황이 바뀌었다. 국제 유가가 연초 이후 소폭 하락한 데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중장기 유가 전망도 밝지 않다.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브라질은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정치인의 입을 막기 위해 뇌물 제공을 허락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탄핵 위기에 몰려있다. 러시아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내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혜미 KB자산운용 글로벌전략운용본부 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최근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며 “과도하게 올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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