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학내 벤처로 출발
1999년 성영철 포스텍 교수 설립
간염치료제 임상시험 1차 실패
2005년 직원 내보내고 사업 중단
시장이 원해야 살아남는다
1년여간 실패 요인 분석
2006년 약효 오래가는 기술 개발
녹십자 등과 제휴 '승승장구'
[ 김근희 기자 ] 바이오벤처기업 제넥신은 2005년 임상시험 실패로 폐업 직전에 내몰렸다. 직원을 다 내보내야 할 만큼 절박했다. 당시는 생소했던 유전자 백신 개발에 나섰다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탓이었다. 절치부심 끝에 시가총액 7300억원의 유망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제넥신의 창업자 성영철 회장은 “대학 연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술에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실패 원인을 털어놨다. 지난 23일 경기 성남시 삼양디스커버리센터에서 열린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 모임인 ‘혁신신약살롱 판교’에서다. 성 회장은 “자신만의 기술에 탐닉하지 말고 시장이 원하는 기술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기술에 탐닉하지 말라”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인 성 회장은 1999년 유전자 백신을 개발하는 제넥신을 학내 벤처로 설립했다. 특정 바이러스를 사람 몸에 넣어 면역이 생기게 하는 기존 백신과는 달리 바이러스 유전자를 이용해 질병을 고치는 치료 기술이다. 당시로서는 학술 연구 단계에 있던 새로운 기술이었다. 성공을 자신하고 뛰어들었으나 B형간염 치료제가 임상 1상에서 실패했다. 성공 사례가 없는 기술이다보니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결국 2005년 직원 20여 명을 모두 내보냈다.
대학 연구와 사업의 차이를 몰랐던 것이 패착이었다. 성 회장은 산업계 지인들을 만나 시장이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살폈다. 시장은 복잡한 기술보다는 검증된 약을 발전시키는 기술을 원했다. 0.04%밖에 안 되는 신약 개발 성공률로 인해 안전성과 약효가 검증되지 않고서는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었다. 성 회장은 “당시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려주는 기술이 유망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자신의 기술과 가장 비슷한 기존 기술을 비교해 차별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후 약효를 늘리는 기술인 하이브리드FC 개발에 매달렸다. 2006년 기술을 개발하자 녹십자 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과 공동개발 또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수 있었고 회사는 다시 살아났다. 2009년엔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 후 다시 찾아온 위기
코스닥시장 상장 후에도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코스닥 상장 조건인 연 매출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해 2012년 3월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주변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다른 사업을 권했지만 성 회장은 듣지 않았다.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그해 자궁경부전암 치료제가 임상 1상에 들어갔고, 한독과는 지속형 성장호르몬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연 매출 30억원을 넘겨 이듬해 관리종목에서 벗어났다.
제넥신이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자본력이 약한 벤처기업이지만 해외 임상에도 나서고 있다. 지속형 성장호르몬제,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는 유럽에서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경영 전문가를 영입했다. 2015년 8월 미국에서 10년 넘게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을 지낸 경한수 대표를 최고경영자(CEO)에 앉혔다. 성 회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R&D에 전념하고 있다.
“세계적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
제넥신은 10여 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신약 후보물질이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은 드물다. 이 회사는 하이브리드FC 기술을 적용한 성장호르몬제, 빈혈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성과도 거두고 있다. 2년 전 중국 테슬리에 성장호르몬제 등 신약 세 개를 115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유한양행에서도 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중국 푸싱(復星)에 빈혈 치료제의 중국 판권을 530억원에 넘겼고, 다국적 제약회사 MSD와 자궁경부암 치료제 공동개발에도 나섰다. 성 회장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기술이전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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