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美 금리인상에 국내 금리 기계적 인상 안해…재정정책 활용 필요"

입력 2017-05-25 12:35   수정 2017-05-25 12:3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해도 국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심화됐던 장기금리 역전현상이 최근 해소됐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다음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Fed가 6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공개된 5월 FOMC 성명서를 통해 강력한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또 위원들은 연내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겠다는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Fed의 금리인상 시기(6월 혹은 9월)가 언제든 국내 통화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현 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Fed가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데 대해선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보유자산을 축소하면 시중 유동성이 감소돼 장기금리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미국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부담을 갖게 되고, 신흥국은 내외 금리차 축소 등으로 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는 "다만 보유자산 축소는 금리정상화 속도와 마찬가지로 점진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겠지만 부작용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강화 의지에 대해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하고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선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경기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며 "재정정책은 일자리 창출 등 특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시적 정책으로서 유효성도 높아 현 시점에서 활용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선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완화될 정도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소비 증가세가 여전히 미흡했지만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 경로(올해 성장률 전망치 2.6%)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 경기에 대한 인식과 지표를 봤을 때 오는 7월 전망 발표 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며 고용지표도 함께 보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에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국은행도 고용안정을 하나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문제는 앞으로 좀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 내 비정규직을 감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지난해 노사합의에 이르지 못해 확대하지 못한 성과중심 급여체계 개편도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10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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