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출신 김도현 BT솔루션즈 대표 "K의료기기 미국 진출 산파역 되겠다"

입력 2017-05-25 19:39   수정 2017-05-26 06:45

내시경 등 광학의료기기 전문가, FDA서 승승장구하다 국내 복귀
"한국 의료기기업체 기술력 뛰어나…개발스토리 어필해야 인허가 쉬워"



[ 임락근 기자 ] “의약품 의료기기 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를 제때 받으려면 심사 요건 충족을 넘어 촘촘한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김도현 BT솔루션즈 대표(48·사진)는 25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FDA의 인허가를 받기 위한 지름길을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FDA에서 11년 동안 의료기기 연구심사관으로 지내며 수술용 현미경, 내시경 등 광학 의료기기 인허가 업무를 총괄했다.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해 10월 FDA 인허가 노하우를 컨설팅해주는 BT솔루션즈를 세웠다.

김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애를 먹는 것은 FDA 인허가 절차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 의료기기 수출(29억달러)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은 17%에 그쳤다. 그는 “FDA 인허가 심사관들은 제도상의 요건뿐 아니라 해당 기술의 개발 과정까지 두루 따진다”며 “한국 업체들 상당수는 FDA 심사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허가 소요 기간이 길어지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FDA의 두터운 벽을 열 수 있는 열쇠로 ‘설득력’을 꼽았다. 기술은 좋지만 그 기술을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어 인허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A와 B라는 기능이 있다면 그것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A와 B라는 기능이 어떤 계기로 개발됐고 이 기술들이 어떤 연관을 갖는지 등을 유기적으로 설명해 심사관들을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개발 단계부터 어떤 절차를 거쳐 개발이 완료됐는지를 기록해 두는 것도 중요한 팁”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광학소자인 퀀텀닷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물리학자다. 그의 인생 항로가 바뀐 것은 200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박사후 연구원(포스트 닥터)으로 나갔다가 의료용 현미경 연구로 분야를 바꿔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배운 지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존스홉킨스대 박사과정 동안 인턴을 한 인연으로 2006년 학위를 받은 뒤 FDA에 들어갔다. 정년이 따로 없는 FDA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11년 만에 그만둔 것은 한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원은 두 명의 기술 컨설턴트를 포함해 네 명이다.

김 대표는 컨설팅 업무와는 별도로 정부기관, 대학병원, 연구소, 기업 등의 강연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다. FDA에서 일하며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는 “귀국 후 만난 국내 연구자들과 기업들의 상당수는 기술력에선 결코 해외 업체들에 뒤지지 않는다”며 “초기 개발 단계부터 해외 인허가를 염두에 두면 해외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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