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국정위 보고에서 정책금융 편입 필요성 강조
예산·인원 줄어들게 된 산업부·금융위는 촉각
[ 이태명 기자 ] 청와대가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승격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정책금융기관 재편과 관련한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신설되는 중기부에 어떤 정책금융기관이 옮겨갈지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할부처 이전이 점쳐지는 곳은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다. 이들 세 기관의 정책자금 운용 규모만 250조원에 달한다.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중기청의 중기부 승격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제출한다. 중기청은 최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부(部) 승격 시 무보와 신보, 기보 등 세 기관을 산하기관으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무보는 산업부가, 신보와 기보는 금융위가 관할하고 있다. 무보는 수출 대·중소기업에 대한 장·단기 수출보험을 제공하고 신보와 기보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보증·보험을 지원한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보증 규모는 무보 156조원, 신보 70조원, 기보 20조원가량이다.
중기청은 “중기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수출지원 등 정책금융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책 기능과 함께 금융지원 등 실무기관을 밑에 둬야 힘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산업부와 금융위의 생각은 다르다. 산업부는 무보의 경우 보증업무의 90%가량이 단기수출보험(결제기간 2년 이내인 수출계약의 손실을 보장하는 보험)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중소기업 비중이 작기 때문에 중기부로 옮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의 재무상태·기술력 등을 평가해 대출·보증을 해주는 신보와 기보는 사실상 금융회사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가 모든 금융회사를 총괄 관리하는데 신보와 기보를 중기부로 이전하면 혼선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중기청이 부로 승격되더라도 신보, 기보의 복잡한 금융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만 하더라도 부실기업 보증지원 등의 업무에 허점이 너무 많다”고 귀띔했다.
관가에선 정책보증기관 쟁탈전은 부처의 영향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부처 간 신경전이 첨예하게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하기관 한 곳을 다른 부처에 빼앗기는 순간 인사권, 예산권 등 영향력이 확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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