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자본유출 잇따르자 '경기대응 조정 요인' 추가하기로
변동성 축소가 목적이라지만 중국 정부 통제력 강화 불 보듯
전문가 "외환시장 자율화 후퇴"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환율과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바스켓 환율 외에 ‘경기대응 조정 요인’을 새로 추가하겠다는 게 골자다. 인민은행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율을 시장에 맡겨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시장 통제 다시 강화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지난 26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정할 때 경기대응 조정 요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언제부터 변경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관리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매일 오전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에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공표한다. 당일 시장환율은 인민은행이 제시한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위안화 가치가 외환시장의 투기적인 거래에 따라 급변동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2015년 8월 이전까지 인민은행은 대외적으로 공표된 뚜렷한 원칙 없이 자의적으로 기준환율을 산정했다. 그러나 2015년 8월1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대폭 평가절하하면서 기준환율 산정도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기준환율을 정할 때 전날 위안화 시장 환율과 통화 바스켓 환율 움직임 두 가지만 고려함으로써 통화 당국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기준환율 산정 방식 변경 이후 위안화 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이 여파로 자본유출이 발생하자 중국 정부 내에서는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인민은행의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방식 검토 선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잇따르는 외환시장 개혁 후퇴
인민은행이 언급한 ‘경기대응 조정 요인’이 정확히 어떻게 적용될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준환율 결정 방식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더 잘 반영하고, 동시에 시장의 ‘군집행동’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에 비춰 볼 때 외환시장에 대한 외환당국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샤오리선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은 “경기대응 조정 요인을 추가하면 외환당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면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가치 변동성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8월이나 작년 1월처럼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패닉’에 휩싸일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외환시장 자율화 개혁에서는 한 걸음 후퇴하는 것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인민은행이 2015년 8월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외환시장 개혁의 중대한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외환시장 개혁이 후퇴할 조짐은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밑으로 추락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규제 강화 △중국 내 해외 기업의 해외 송금 규제 강화 △은행의 달러화 송금 한도 제한 등 자본유출 억제 대책을 쏟아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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