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SNS 쏠림’ 현상은 유별나다.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 트위터의 앞글자를 딴 ‘카·페·트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 위주의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뒤로는 ‘카·페·인 우울증’까지 겹쳤다. 멋진 여행 사진이나 명품 선물, 비싼 공연 티켓 등을 경쟁적으로 게시하며 ‘나 행복해요’를 연발한다. 댓글이 적으면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구걸까지 한다. 한편으론 남과 비교하며 속을 끓인다. 정신없이 바쁜 업무와 가벼운 주머니 사정, 육아와 교육에 치이는 자신의 인생이 보잘것없다며 불행해한다.
연출된 이미지에 자극받아 비싼 물건을 사들이거나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직장이 없는데도 고급차를 빌려 타고 뽐내는 ‘슈퍼카 렌트족’까지 등장했다. 사진 한 장으로 백마 탄 왕자가 되고 나면 현실감을 잊고 만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가공된 언행을 반복하는 ‘리플리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이들은 ‘SNS 피로증후군’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이런 부작용을 치유하는 방법은 뭘까. 《페이스북 심리학》을 쓴 임상심리학자 수재나 E 플로레스의 처방이 눈길을 끈다. 그는 “SNS가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 공간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공들여 단장한 신부 화장’이나 ‘오랜 기간 준비한 졸업전시회’ 같은 가공 이미지를 자신의 일상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심리학자 애덤 알터는 “가상의 SNS 정보는 끝이 없기 때문에 끝이 있는 현실의 활동으로 이를 넘어서라”고 권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 내려놓기’라고 한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SNS 탈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꼭 필요하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만 활용하고 폐해를 최소화하는 ‘디지로그 방식’도 활용할 만하다. 트위터 최고경영자인 잭 도시는 주말마다 스마트폰을 끄고 명상이나 하이킹에 나선다. 그러고 보니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집에서는 자녀들의 컴퓨터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이롭지 못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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