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해봤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어려운 일을 앞에 놓고 시도하기를 주저하는 회사 간부들을 질책하고 독려하기 위해 했던 말이다. 짧고도 굵은 이 말 한마디에는 정주영 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안된다” vs “해봤어?”
1971년, 정 회장이 울산 미포만에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소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배를 건조하는 일은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집약형 산업이다. 그런데 일본처럼 경제 대국도 아닌, 이제 막 산업국으로 걸음마를 뗀 한국에서 돈, 기술, 경험, 명성 그 무엇 하나 없이 다짜고짜 배를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말이 허세로 들리는 것은 당연할 법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사람들에게 딱 한마디,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일갈했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말한 대로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소를 짓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로 영국은행에서 자금을 조달받은 일화는 저돌적인 기업가정신을 나타내는 본보기가 되었다. 만일 정 회장에게 미지의 세계를 겁내지 않고 용기 있게 도전하고, 굳은 의지와 열정으로 실현해내는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조선업은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정 회장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을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늘 참신하고도 창의적인 발상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성공을 거머쥐었다.
주베일공사 ‘신화’
일례로 주베일 항만공사의 철골 구조물 설치 공사가 있다. 1975년, 사우디 주베일에는 20세기 최대의 공사라 불리는 ‘주베일 항만공사’가 진행됐다. 주베일 항만공사는 공사금액만 무려 9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1970년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약 3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이 엄청난 대공사를 수주한 기업은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건설이었다.
당시 주베일 항만공사에서 최대의 난코스는 철골 구조물 설치 작업이었다. 10만t에 육박하는 철골 구조물을 바다에 설치하는 작업이다 보니 잠수정을 비롯한 고가 장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설사 장비와 기술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모두의 상식을 깨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기존 방식대로 바닷속에 들어가서 구조물을 만들어가며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완성한 구조물을 바다에 세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정 회장의 발상은 파격 그 자체였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실패하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작업을 강행했다.
불가능은 없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울산에서 375m짜리 철골 구조물을 만든 다음, 태평양을 건너 미국 샌타바버라 앞바다까지 운반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상식을 깨뜨린 파격이 단숨에 신공법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처럼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주베일 항만공사를 성공리에 수행한 현대는 오늘날 굴지의 대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은 고정관념의 탈피,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 신용을 목숨처럼 여기는 신념으로 유명했다. 이는 산업 영웅으로서 정 회장이 보여준 1세대 기업가정신이다. 정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밖에 하지 못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시절, 한국이 세계 최빈민국으로서의 굴욕을 떨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던 배경에는 정 회장과 같은 1세대 기업가들이 거침없이 뿜어내던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있었다.
최승노 <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choi363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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