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김정은식 '마이웨이'…협상국면 주도권 확보 포석"
정부 긴급 NSC회의…"민간교류 검토 원칙은 유지"
[ 정인설 기자 ]
북한이 29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다. 북한은 민간교류를 재개하려는 우리 정부나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2월 이후 매달 미사일 도발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핵과 미사일만이 살길’로 보고 앞으로 북미 대화 등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10번째 미사일 도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전 5시39분께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쪽으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불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행거리는 약 450㎞, 최고 고도는 120㎞로 분석된다”며 “몇 발을 쐈는지를 포함해 추가 정보를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봤고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 미사일이 6분간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스커드-C급과 비슷한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한 발 이상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원산에 배치되지 않은 미사일을 무력 시위성으로 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사시 미군의 증원 전력이 상륙하는 항구 중 한 곳인 원산 일대에서 미국 항공모함 전개에 대비하는 형태로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NHK는 이날 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이 한반도 인근에 머무는 또 다른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과 동해상에서 합동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미사일을 10회 발사했다. 로켓 추진체에 실은 탄도미사일을 9회 쏘고 지난 27일엔 올해 처음 단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 종류도 다양해졌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액체연료 계열의 ‘화성-12형’과 액체연료보다 빠르게 쏠 수 있는 고체연료 계열의 ‘북극성-2형’까지 기종을 가리지 않고 쏘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 본토까지 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을 한반도 주변 정세에 관계없이 시험 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북 간 민간교류 발목 잡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17분 뒤인 오전 5시56분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서 관련 소식을 보고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소집을 지시했다. 정 실장은 오전 7시30분부터 8시14분까지 상임위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되 남북 간 민간교류는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와 별개로 남북한 민간접촉은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도가 세지면 남북 간 교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7개국(G7) 정상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미국 일본도 대북 압력 강도를 높이기로 해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중국이 북한의 도발 억제에 추가 역할을 하도록 중국 측에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는 연쇄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3국 간 공조를 통해 단호히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을 자주 발사하는 것은 새 정부의 대북 기조를 시험해보려는 차원일 수 있다”며 “앞으로 있을 핵과 미사일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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