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6억달러 게임 수출기지'로 바꾼 넥슨

입력 2017-05-29 17:44   수정 2017-05-30 05:46

NXC·넥슨네트웍스·네오플, 2009년부터 차례로 제주 이전
IT수출액 2년새 887배 증가

넥슨네트웍스 신입 600명, 100% 제주 현지 인력 채용
44만명 찾은 '넥슨박물관' 제주의 새 관광명소 떠올라



[ 유하늘 기자 ]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은 지주회사인 NXC를 2009년 제주로 이전했다. 게임업체 중 서울에서 제주로 본사를 옮긴 첫 사례다.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과 더불어 제주의 자연환경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NXC에 이어 게임 서비스 자회사 넥슨네트웍스(2010년), 개발 자회사 네오플(2015년)도 제주로 이전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세제 혜택만 노린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넥슨은 600명 이상을 현지에서 채용하고 6억달러를 웃도는 수출을 기록하면서 제주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장재원 제주도청 투자유치과장은 “넥슨은 정보기술(IT) 불모지였던 제주를 소프트웨어(SW) 수출 전진기지로 변모시켰다”며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5년 1월 본사와 개발인력을 제주로 옮긴 네오플은 지난해 6억1224만달러(약 6851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덕분에 제주도 전자무체물 수출액(게임을 포함한 SW 수출액)도 2년 만에 약 887배 증가했다. 네오플이 오기 직전인 2014년, 같은 분야 수출액은 70만달러(약 7억8300만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6억2112만달러(약 6950억원)를 기록했다.

네오플은 가입자 5억명을 웃도는 넥슨의 간판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회사다. ‘던파’는 2007년 중국에 출시된 이후 현지에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으며 가장 많은 해외 매출을 내는 한국 게임이 됐다.

넥슨 자회사들은 현지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넥슨네트웍스는 본사를 제주로 옮기면서 약 600명의 신입 직원을 100% 현지 인력으로 채웠다. 네오플도 제주 이전 후 100명 이상 인원을 늘리면서 이 가운데 현지 인재 40명을 뽑았다.

네오플은 원하는 직원에게 사택(또는 주택자금)과 어린이집을 지원한다. 본인과 배우자, 자녀를 위해 월 1회 서울~제주 항공권과 배우자 문화생활비도 지급하고 있다. 장민석 네오플 경영지원실 대리는 “제주로 온 후 윈드서핑, 사이클링 등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업무도 훨씬 즐겁게 하고 있다”며 “본사가 서울에 있을 때 이직률이 15% 정도였는데 이전 후 절반가량(7%)으로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네오플은 2015년부터 게임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래픽 디자인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 우수 학생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2013년 개관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지난 4월까지 관람객 44만1800여 명을 끌어들였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와 게임을 주제로 설립된 이곳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장 과장은 “넥슨이 좋은 선례를 만든 덕분에 직원 수백 명 규모의 IT기업 몇 군데가 제주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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