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비상 걸린 '문재인 내각'…현역의원 내세워 정면 돌파

입력 2017-05-30 17:55   수정 2017-05-31 11:02

문재인 정부 장관 인사

문재인 대통령, 의원입각 카드 서둘러 꺼내든 까닭

청와대 "책임·정당정치 강조한 대통령 철학 반영"
"4명 모두 위장전입 없어…청문회 통과 고려"
한국당 "소나기 피하기 위한 꼼수인사" 비판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김부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4명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의원 입각’ 인사를 서둘러 단행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하루 앞두고 인사를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리 후보자의 인준 처리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각 인선을 서두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이 후보자 등 국무위원 후보자 3명의 위장전입 의혹 등을 정면돌파하고, 내각 구성과 관련해 야당의 정치공세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양해를 당부드린다”면서도 총리 인준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화됐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현역의원 차출…‘인사암초’ 돌파 카드 될까

문 대통령의 취임 초 파격·탕평인사는 국무위원 후보들의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이며 암초를 만났다. 야당은 대선후보 시절 공언한 ‘5대 비리자의 고위공직 배제 원칙’에서 후퇴했다고 공격했다. 자칫하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훼손 등 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역 의원 발탁은 명분과 실리 모두 살리는 카드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공동정부”라고 강조했다. 당청 일체의 책임정부라는 기치를 앞세워 의원 입각의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역대 청문회 인사 검증에서 현역 의원이 탈락한 사례는 드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인사 배경과 관련해 “이미 내정된 것으로 보도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면서도 “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4명 후보자 가운데 청와대가 전날 인사 검증 기준으로 제시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을 위반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인 대거 입각에 내각 전문성 우려

이번 인사는 대구(김부겸) 부산(김영춘) 충북(도종환) 전북(김현미) 등을 안배함으로써 ‘대구·경북(TK) 역차별’, ‘호남 내 전북 홀대론’ 등을 불식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첫 여성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김현미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내각 여성 30% 할당 공약과도 부합한다.

다만 정치인을 핵심 부처에 기용함으로써 내각의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부처 수장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부처 장악력과 정무적 감각이 더 중요한 덕목”이라며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외풍을 막아줘 오히려 부처에서도 반기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현역 의원을 내각에 참여시키는 것은 당청 간 원활한 소통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여당 의원들에게 이상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장관직을 의원 길들이기로 종종 사용했다”며 “첫 조각에서 의원을 대거 발탁하면 중진뿐만 아니라 재선급에서도 눈치를 보면서 청와대에 줄을 대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의 첫 조각 때 현역 의원 입각 사례를 보면 노무현 정부 4명, 박근혜 정부 2명이었다.

야당은 이날 “청문회를 피하기 위한 꼼수 인사”라고 비판하면서 ‘현미경 검증 공세’를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 스스로 세운 5대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인선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회의원 출신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것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의도는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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