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들 대부분 50~60대…2005년 이후 위장전입 거의 없어
자녀교육 위한 위장전입 용서?
"너도나도 위장전입할 텐데 불법 저질러도 상관없다는 거냐"
[ 유승호 / 배정철 기자 ] 청와대가 제시한 고위 공직 후보자의 위장전입 ‘면책 기준’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한 사람은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고, 그 전이라도 부동산 투기 등 ‘악성’ 위장전입이었다면 걸러내겠다는 것이 청와대가 내놓은 기준이다.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현실을 감안해 인사 검증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가 된 국무위원 후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작위적인 기준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2005년 7월이라는 시점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2005년 7월은 인사청문회 대상이 장관급으로까지 확대된 시점이다. 이때부터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강화됐으니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도덕성과 자질을 판단하자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논리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가 강화되면서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과거엔 관행으로 묵인하던 것을 잘못된 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사회적 인식 변화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불법 행위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선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문회 도입 전이든 후든 위장전입임에는 틀림없다”며 “청문회가 도입되기 전이라 청문회를 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니 불법을 저질렀어도 괜찮다는 것은 국민이 이해하기 힘든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기준을 적용하면 지금까지 문제가 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모두 면책을 받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들의 위장전입은 2005년 7월 이전에 일어났고 투기 성격은 아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공교롭게도 세 명이 다 벗어난다”며 “공교롭기는 하지만 인위적인 잣대”라고 지적했다.
국무위원 후보자가 대체로 50~6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자 원천 배제’는 실효성이 없는 기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 권한대행은 “위장전입은 주로 부동산 투기나 자녀 교육 목적으로 이뤄지는데 45세 이후엔 그런 문제로 위장전입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2005년 이후 위장전입자만 제외하겠다는 기준은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인사 발령이나 자녀 학교 배치 목적의 위장전입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서울 강남 지역 학교에 발령받을 목적으로 위장전입했고, 강 후보자와 김 후보자는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전입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용서해 주겠다고 하면 너도나도 위장전입을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유승호/배정철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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