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대비 수익률 높아 인기, 청약 경쟁률 평균 785대 1
재무적 투자자도 구주매출 꺼려 "즉시 회수보다 당분간 보유가 이익"
[ 이고운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30일 오후 2시57분
중소형 공모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기업의 공모주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공모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장 전 투자로 지분을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공모가로 보유 주식을 내놓는 구주매출을 꺼리고 있다.
◆높은 청약 경쟁률에 “없어서 못팔아”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했거나 상장일을 확정한 반도체·OLED 관련 기업은 에프엔에스테크 코미코 이엘피 와이엠티 하나머티리얼즈 필옵틱스 등이다. 이들 기업의 일반 청약경쟁률은 평균 785.01 대 1에 달했다. 일반투자자가 785주를 청약하면 가까스로 1주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소형 공모주 시장에서 이들 기업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실적 개선 기대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데다 플렉시블(휘는) OLED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면서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장 후 주가도 대부분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와이엠티(30일 종가 기준 82.14%), 코미코(58.85%), 하나머티리얼즈(55.83%)의 공모가 대비 주가상승률은 50%를 넘는다. 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곳은 에프엔에스테크뿐이다.
관련주의 기업공개(IPO)가 이어지면서 시장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힘스 케이피에스 야스 에이피티씨 선익시스템 브이원텍 등이 코스닥시장 상장 채비를 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들 “있어도 안 팔아”
반도체·OLED 관련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등 FI들은 구주매출(기존 주주 지분 매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투자 회사 상장을 요구하는 FI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현상이다. 공모가에 보유 주식을 내놓는 것보다 상장 후 장내매도나 장기 보유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껏 상장을 마무리한 관련 기업 중 FI의 구주매출이 있었던 곳은 코미코가 유일하다. 와이엠티가 일부 구주매출을 했지만 FI 보유지분이 아니라 회사 보유분이었다.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중 상당수도 구주매출 없이 신주매출로만 상장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후 장내매도로 고수익을 거둔 FI들의 사례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플래티넘기술투자는 보유 중인 와이엠티 주식 18만여주 중 7만3200주를 장내매도했다. 주당 1만~1만2000원에 투자해 상장 후 주당 3만2000원 이상에 팔았다. 공모가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이다. NHN인베스트먼트도 와이엠티 상장 후 주당 약 3만3000원에 투자 지분을 장내에서 정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및 OLED 관련 기업이 각광받으면서 신규 투자 단가가 치솟고 있다”며 “새 투자처를 찾기보다 기존에 투자한 기업 지분을 상장 후에도 보유하면서 높은 가격에 팔려는 경향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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