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 기술
"육지보다 훨씬 열악…테스트 한 번도 신중"
"여기에 비하면 육상망 구축은 식은죽 먹기죠."
지난 30일 오전 10시 인천 앞바다 한가운데 멈춰선 '하나호'. 넘실대는 파도에 전현철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 부장이 비틀대며 중심을 잡는다.
출렁이는 선실 내 스크린엔 물결 모양의 그래프가 그려진다. 약 800m 떨어진 곳에 정박된 배에서 음파를 활용해 보내온 수온·염도 정보였다. 상대편 배에서 보낸 음파를 수중 수신기가 받아 이를 하나호에 전달한 것이다.
전 부장은 "수중 음파 통신 환경은 날씨나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매우 열악한 편"이라며 "해저 통신망 구축은 육상에서보다 수만배는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SK텔레콤은 호서대와 함께 문자, 사진 데이터를 수중 통신 기술로 송수신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기술 시연은 인천 남항에서 서쪽으로 20여분 배를 타고 도착한 바다 위에서 이뤄졌다. 서해 바다는 물이 혼탁하고 수심이 얕아 수중 통신이 쉽지 않다는 게 공동연구팀의 설명이었다.
SK텔레콤과 호서대는 해양수산부가 산·학·연 협력 사업으로 추진 중인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기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까지 진행되는 국책 연구과제로, 국비 260억원을 포함해 총 300억원이 투입된다.
공동연구팀은 이날 KB(킬로바이트)대 용량의 컬러 사진 3장을 한꺼번에 전송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기존 수중 통신 기술로는 문자와 흑백 사진 전송만 가능했다. 향후 이같은 기술은 수중 사물인터넷(IoT)망 구축과 정보 수집·전달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기술 시연에서 통신 최대 속도는 초당 40킬로비트(Kbps) 수준이었다.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기술은 크게 수중 센서와 수중 기지국, 해상 통신 부표 등으로 이뤄진다.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기지국을 거쳐 부표나 항해 중인 선박, 지상으로 전달된다. 물속에서는 음파를,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사용한다. 수중에서 센서가 1대1로 통신하는 게 아니라 기지국을 기반으로 통신망이 깔리는 건 세계 최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수중 기지국 구축이다. 수중 기지국은 센서와 통신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센서가 장기간 저전력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개별 센서가 평소에는 멈춰있다가 통신이 필요한 순간에만 작동하도록 기지국이 관리하는 역할이다. 수중 기지국을 이용하면 유선통신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이 드는 것도 장점이다.
수중 기지국 건설을 위해 SK텔레콤은 해저망 설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해저망 설계는 바닷속 기지국의 위치와 커버리지, 안테나 방향 등을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지상에서는 통신망 설계기술이 활발히 연구돼왔지만 바닷속은 이제 시작 단계다. 바다에서는 해안선과 해저 지형정보 등을 고려해야해 육상망 설계보다 훨씬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 부장은 "육상에서는 센서나 기지국 위치를 여러번 테스트해볼 수 있지만, 해저에서는 한 번의 시도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커 오랜 분석 후 신중히 잠수사를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호서대는 오는 10월 서해안에 실험망 구축을 시작해 2020년께 실험망을 최종 완성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오는 7월까지 실해역을 측정하고 9월 실증 시험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내년에는 수중 기지국과 수중 센서간 통신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수중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향후 해난 구조와 지진 예보, 수산물 안전 관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잠수함이나 미사일 탐지 등 안보 분야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를 들어 지진이나 쓰나미가 발생하면 조기 경보를 통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선박 사고 시 잠수사들은 실시간 영상 전송과 보이스 메신저 등을 구조 작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어민들은 수온이나 염도 등 어장 환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어업 활동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고학림 호서대 IT융합기술학부 교수는 "바다에서 수온 1도가 올라가면 어종이 바뀌고 이상 기후가 발생한다"며 "바다의 1도가 육상의 1도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수중 통신망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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