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의 주가 '미스터리'…11일 연속 묻지마 급등

입력 2017-05-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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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뒷받침 없이 상승 시총 2조 돌파…녹십자 제쳐

신약 나오려면 최소 4년에 합병 효과도 미지수인데 기관들 앞다퉈 사들여



[ 조진형 기자 ] 영진약품의 주가 상승세가 무섭다. 11거래일 연속 오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거래량도 폭증했다. 주식시장에 알려진 호재가 없어 주가 급등세가 ‘미스터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영진약품은 31일 650원(5.49%) 오른 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이 기간에만 33.97%나 올랐다. 거래량이 갈수록 늘면서 상승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날 거래대금은 약 2500억원(유가증권시장 5위)에 달했다.

영진약품은 최대주주(지분 53%) KT&G와는 달리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초 2000원 수준이었던 주가가 다섯 달 만에 1만6000원까지 8배 ‘점프’하기도 했다.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속 상승세도 만만치 않은 기세다. 주가 급등에 힘입어 영진약품 시가총액은 단숨에 2조2862억원까지 올라 녹십자(2조1035억원)마저 제쳤다. 실적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다. 영진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4억원으로 녹십자(784억원)의 10의 1에도 못 미친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았는데도 기관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기관들은 주가가 연속 상승한 최근 11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60만주를 넘는다. 개인들은 32만주, 외국인은 1만주를 각각 순매도했다.

시장에 알려진 호재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기대감 정도다. 지난 2년 반가량 진행된 영진약품 COPD ‘YPL-001’의 미국 임상 2상 최종 데이터가 7월 공개될 예정이다.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임상 2상 후기와 3상을 거쳐 제품을 시판하려면 최소 4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올해 1월 영진약품에 합병된 연구개발(R&D) 전문기업인 KT&G생명과학 효과도 거론된다. 영진약품은 이달 초 KT&G생명과학 파이프라인 중 하나였던 유전적 미토콘드리아 이상 질환 치료제 ‘KL1333’의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KL1333’ 기술수출로 계약금 300만달러를 받고, 2039년 말까지 5400만달러의 기술료(마일스톤)를 순차적으로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KT&G생명과학과의 합병이 호재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KT&G생명과학은 합병 직전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지난해 매출 1억2000만원에 영업손실 47억원을 냈고, 자본잠식 상태였다. 작년엔 영진약품과 합병을 시도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관문을 넘지 못해 철회하기도 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KT&G생명과학에 투자했던 KB인베스트먼트 사모펀드(PEF) 등의 지분이 합병 직후 매물로 쏟아지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됐다”며 “결국 KT&G생명과학 주주를 50명 이하로 줄이고 1년 보호예수(지분매각 금지)를 걸어 가까스로 합병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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