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졸업하자마자 '외톨이'…"사명감으로 기업 키웠는데"

입력 2017-06-01 17:47   수정 2017-06-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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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잊혀지는 중견기업
명문장수기업 대상 축소·월드클래스300도 소외
"중견기업 육성정책, 새정부 국정과제로 삼아야"



[ 김정은 기자 ] “어렵게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했더니 돌아온 건 차별과 서자(庶子) 취급이었다.” 문재인 정부에 중견기업계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부분 정부 지원제도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위주로 돼 있지만 새 정부는 이를 개선할 움직임이 없다는 게 중견기업계의 시각이다. 오히려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정책 사각지대’에 몰려

중견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 ‘성장 사다리’ 정책이 필요한데도 현실에서는 소외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견기업은 법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아닌 매출 400억~1500억원 이상(업종별), 자산규모 10조원 미만인 기업이다.

유태경 루멘스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더 나은 기술이 필요한데 중견기업은 기술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싶은데 정부 지원사업에서 중견기업은 뒷전”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청 조사(2014년)에 따르면 공공연구기관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중견기업은 2.6%에 불과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중견그룹을 중소기업 몇 개로 쪼개면 세제 지원, 인력 부족, 중소기업 적합업종 같은 고민을 안 해도 되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티면서 기업을 키워왔다”며 “우린 참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동기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최저법인세율이 10%포인트 이상 급등한다”며 “성장 걸림돌을 치워주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견기업에 중소기업 대상 ‘지원’ 중심 정책과는 다른 산업정책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중심

중견기업 지원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은 2012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에 생겼다가 2013년 중소기업청으로 이관됐다. 신동준 중견기업정책국장은 “지난해 ‘초기 중견기업’(매출 3000억원 미만)이라는 개념을 법제화해 지원사업의 재정 투입 근거를 마련하는 등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기업계는 불안한 모습이다.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존 기능을 확대 재편하는 데 그친다면 중소기업청 체제에서 발생한 문제점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진식 심팩 회장은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을 돌보는 곳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계 주장을 반영해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의 중견기업 대상 범위를 축소하자 중견기업계가 강하게 반발한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정책인 ‘월드클래스300’에 올해 선정된 36개 기업 중 중견기업은 4개뿐이다.

월드클래스300 선정업체 측은 “과거 산업부에서 운영할 때는 제도 취지에 따라 중견기업이 다수 포함됐다”며 “중기청으로 옮겨온 뒤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인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중견기업이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공청회 간담회 등 중견기업 정책 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의견 수렴을 거친 다음 정부조직 개편을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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