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영 기자 ]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가 자국 화폐가치를 64%가량 절하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달러 부족을 해결하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환율 경매를 통해 기업과 개인에게 2400만달러(약 269억원)를 달러당 2010볼리바르에 팔았다. 달러당 728볼리바르에 달하던 환율을 급격히 떨어뜨린 것이다. 식량과 의약품 같은 필수품에 적용되는 우대 환율은 달러당 10볼리바르로 유지했다.
정부가 지난 3월 새로운 환율제도인 디컴(Dicom)을 시행하면서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세 자릿수로 치솟았다. 다양한 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도입했지만 인위적으로 낮은 환율을 적용한 탓에 달러 수요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복잡한 환율제도가 꼽히는 이유다.
암시장에서 1달러는 6000볼리바르에 거래된다. 암시장에서 볼리바르 통화 가치는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취임한 뒤부터 달러 대비 99% 이상 떨어졌다.
베네수엘라 국영기업 채권도 헐값에 팔렸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와 함께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고위험·고수익을 노린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물러나면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영국의 한 채권중개회사를 통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 채권 28억달러어치를 8억65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도 액면가 1억달러어치의 베네수엘라 국채를 3000만달러에 사들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베네수엘라 국채에 은밀하게 투자하면서 마두로 정권에 외화를 공급해 독재체제 연장을 돕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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