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까지 쓰는 AI

MS 인공기능 챗봇 '샤오빙', 139편 실린 중국어 시집 발간
중국 현대시 수천편 읽은 후 1만여 편 스스로 창작


[ 김현석 기자 ] “눈물이 흘러 앞을 가리네/내 삶은 예술/저녁노을이 구름을 가린다/손을 모아 기도한다.”

사람이 쓴 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인공지능(AI) 챗봇 ‘샤오빙(小氷)’이 그동안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냈다. 세계 최초로 AI가 펴낸 시집이다. 1일 중국 봉황망(鳳凰網) 등에 따르면 샤오빙은 지난달 19일 한시(漢詩)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출간했다.

샤오빙은 1920년 이후 중국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 수천 편을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한 뒤 그동안 1만여 편의 시를 썼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은 이 중 139편을 선정해 수록했다. 시집 제목도 샤오빙이 지었다. 시에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인 고독, 기대, 기쁨 등이 담겨 있다. ‘비가 해풍을 건너와 드문드문 내린다’, ‘태양이 서쪽으로 떠나면 나는 버림받는다’ 등 독특한 표현도 등장한다. 개발자인 MS의 리디는 “샤오빙은 시각부터 청각까지 완벽한 감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부 표현은 기계가 지은 것처럼 어색하다”고 봉황망은 전했다.

샤오빙은 MS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AI 챗봇이다. 웨이보, 위챗 등 중국 내 14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20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17세 소녀의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준다. 2015년에는 한 위성방송에 출연해 빅데이터를 기초로 기상을 예측하고 날씨 관련 조언을 해주는 기상캐스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쓰이는 만큼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물으면 답하지 않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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